모른 척한 마
별거 아닐 거라 믿었다.
그런데 마음이 먼저 아프다고 말했다.
나는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입을 꾹 다물었다.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괜히 신발 끝만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다.
틀렸다.
감정의 맞은편에 서면
덜 아플 줄 알았다.
틀렸다.
시들어버린 모란처럼
고개를 떨군 채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어쩌면 네 마음도
이미 그렇게 시들어 있었을 텐데
나는 끝내 보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얼굴을 택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할수록
그 별것 아닌 것이
하루를 흔들었다.
마음은 멀어진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감을수록
안에서 더 크게 울렸다.
나는 아프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 외면했다.
네 마음이 시들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맞은편에 서서
말하지 않은 말들만 쌓아두었다.
이제 안다.
감정의 맞은편에는
회피가 아니라
용기가 서 있어야 한다.
오늘은
모른 척하지 않겠다.
고개를 들겠다.
아프다고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