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감정의 맞은편에서

모른 척한 마

by Helia

별거 아닐 거라 믿었다.
그런데 마음이 먼저 아프다고 말했다.

나는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입을 꾹 다물었다.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괜히 신발 끝만 바라보았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다.


틀렸다.


감정의 맞은편에 서면
덜 아플 줄 알았다.


틀렸다.


시들어버린 모란처럼
고개를 떨군 채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어쩌면 네 마음도
이미 그렇게 시들어 있었을 텐데
나는 끝내 보지 않았다.


인정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얼굴을 택했다.


별거 아니라고 말할수록
그 별것 아닌 것이
하루를 흔들었다.


마음은 멀어진다고 사라지지 않았다.


눈을 감을수록
안에서 더 크게 울렸다.


나는 아프다는 말을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알면서 외면했다.


네 마음이 시들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맞은편에 서서
말하지 않은 말들만 쌓아두었다.


이제 안다.

감정의 맞은편에는
회피가 아니라
용기가 서 있어야 한다.


오늘은
모른 척하지 않겠다.


고개를 들겠다.


아프다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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