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마주하지 못한 문장
무얼 써야 할까,
한참을 고뇌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어갔다.
엉켜버린 목걸이 체인처럼
문장들은 서로를 잡아당겼고,
손톱으로 몇 번을 집어 올려도
더 단단히 매듭지어졌다.
나는 분명 쓰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쓰려하면
심장이 먼저 무거워졌다.
지우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지울수록 공백이 더 또렷해졌다.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자리마다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 가득했다.
나는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끝내 마주하지 못했다.
적는 순간
모른 척해 온 감정이
정확한 이름을 갖게 될까 봐
나는 몇 번이나 펜을 내려놓았다.
완성하지 못한 문장들 사이에
내가 머뭇거린 시간이 쌓였다.
웃는 얼굴만 남기고
울던 밤은 접어두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쓰지 않은 것들이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적히지 않은 순간들,
말로 옮기지 못한 체온,
넘기지 못한 페이지 위에서
나는 오래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아마 우리는
적힌 문장보다
적히지 않은 밤들로
더 많이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완성되지 못한 기록 앞에 앉는다.
엉킨 문장을 억지로 풀지 않는다.
쓰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기록.
그 공백이 나의 실패가 아니라
내가 끝내 버티어낸 시간의 증거임을
이제는 안다.
그러니 오늘은
끝내 쓰지 못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