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혀 있던 시간이 펴지는 순간
그날도 문은 열렸고, 봉투는 들어왔고,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제 굳이 불러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한 사람의 움직임이 조용히 섞여 있었다.
삼 년이라는 시간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달력에 표시가 남은 것도 아니고, 누가 먼저 기억해 낸 날도 아니었다. 다만 아침마다 문을 열었을 때, 서로의 위치를 묻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었을 뿐이었다. 손이 겹치지 않았고, 시선이 부딪히지 않았다. 필요한 말은 짧았고, 불필요한 말은 줄어 있었다.
루네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찬 공기가 한 번 안쪽으로 스쳤다.
“오늘 더 춥다.”
소년은 이미 마당을 쓸고 들어와 바닥을 닦고 있었다.
“너 매일 그 말해.”
“매일 추우니까.”
루네는 외투를 벗어 걸고, 카운터 위에 쌓인 봉투를 정리했다. 동작은 자연스러웠다. 쿼카는 기록장을 펼쳤고, 포노는 소파 위에서 몸을 말았다가 꼬리를 한 번 툭 쳤다.
오전은 늘 갑작스럽게 시작됐다. 문이 열리고, 질문이 쏟아지고, 주소를 확인하는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루네는 흐름이 어긋날 때마다 한마디로 방향을 잡았다.
“그건 이쪽.”
“무게 다시 재.”
“보류.”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이어받았다. 삼 년 동안 맞춰진 속도였다. 누가 먼저 나서지 않아도 균형이 잡혔다. 바쁜 시간은 여전히 바빴지만, 불필요한 충돌은 없었다.
점심이 지나서야 숨이 붙었다. 포노는 소파 위로 올라가 몸을 길게 늘였고, 쿼카는 물컵을 건넸다.
“마셔.”
소년은 물을 한 모금 넘기고, 카운터에 기대 섰다. 그때 문이 열렸다.
작은 발소리였다.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문턱에 서 있었다. 양갈래 머리끈이 어깨 아래에서 흔들렸다. 아이는 봉투를 양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종이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흔적이 남아 있었고, 모서리는 손때로 닳아 있었다.
“저기요…”
소년이 먼저 다가갔다. 몸을 조금 낮췄다.
“우편 보내려고 왔어?”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소 썼어?”
아이의 손이 봉투 위를 맴돌았다. 연필 자국이 눌려 있었다. 몇 번 지운 흔적도 보였다.
“천천히 써도 돼.”
소년이 말했다.
아이는 다시 연필을 잡았다. 한 글자 쓰고 멈추고, 또 쓰고, 다시 지웠다. 어깨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소년은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마칠 수 있는 만큼의 거리.
주소를 다 적은 뒤, 아이는 봉투를 들어 올렸다.
“얼마나 걸려요?”
소년은 봉투를 받아 들고 잠시 살폈다. 접힌 자국과 눌린 글씨, 작은 손의 온기.
“2~3일이면 갈 거야.”
아이의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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