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보름과 1년

남겨진 자리

by Helia

그리고 삼 년 전부터 접혀 있던 시간이,
조용히 펴지기 시작했다.
저녁이 내려앉을 즈음, 우체함이 한 번 더 울렸다.

딸깍.

소년은 분류함을 정리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루네가 먼저 문 쪽으로 걸어가 봉투를 꺼냈다. 이번 봉투는 별이 아니었다. 가장자리에 얇은 금빛 선이 둘러져 있었다. 종이는 두껍고 반듯했다. 손에 쥐는 순간,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루네는 카운터 위에 봉투를 올려두고 잠깐 바라봤다. 소년이 옆으로 다가왔다.

“뭐야.”

루네가 봉투를 열었다.
별사탕 우체국의 주인은 교체됩니다.
후임은 현 주인이 직접 선정하십시오.
기한은 보름.
소년이 종이를 받아 다시 읽었다.

“교체된다고?”

루네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대신 종이를 천천히 접어 카운터 위에 내려놓았다.

“나만 아니야.”

루네가 말했다.
쿼카가 기록장을 덮었다.

“우리 도지.”

포노는 소파에서 내려와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이 예전보다 느렸다. 그러나 시선은 또렷했다.

“이제 순서네.”

포노가 말했다.
소년은 루네를 바라봤다.

“보름 뒤에… 다 같이 떠나는 거야?”

“새 주인 정하면.”

루네가 답했다.
소년의 손이 카운터를 짚었다. 삼 년 동안 손을 올려두던 자리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양갈래 머리의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오늘은 봉투 대신 작은 상자를 안고 있었다. 아이의 시선이 카운터 위 별 종이와 금빛 편지를 번갈아 보았다.

“저기요.”

소년이 먼저 물었다.

“전에 보낸 편지, 그거 말이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오기 전에 보냈어요.”

루네가 아이를 바라봤다.

“별 그려서 보냈지?”

“네.”

소년이 루네를 보았다.

“알고 있었어?”

“응.”

루네가 짧게 말했다.


“처음부터.”

소년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금빛 편지를 가리켰다.

“여긴 바뀐대.”

아이의 얼굴이 굳었다.


“없어져요?”

“아니.”

루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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