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것의 자리
봄이 내게 안겨와 울었다.
시가 떠났다고.
시는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웃으면서 떠났다고.
미련도 없이.
나는 믿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떠날 리 없다고.
한 번 머문 마음은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도
봄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 지나갔다고.
네가 붙잡고 있는 것은
시가 아니라
남겨진 흔적이라고.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흩날리는 꽃잎 사이로
너의 문장들이 겹쳐 보였다.
잡으려 하면
손끝을 빠져나가던
가벼운 온도들.
너는 나에게 시였고,
나는 그 시를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
시는 끝날 때가 아니라
흩어질 때 더 또렷해진다.
그래서일까,
떠난 뒤에야
너는 더 선명해졌다.
나는 그제야
손을 내렸다.
붙잡을 수 없는 것과
붙잡지 않아야 하는 것을
늦게야 알아보았다.
봄은 여전히
내 어깨에 기대 울고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흩날리는 것들은
붙잡는 순간
이미 사라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오늘은
시가 아니어도 괜찮은 날이다.
오늘은
붙잡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