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던 순간
봄이 오기도 전에,
새순이 돋기도 전에,
너에게 닿길 바라던
내 마음이 먼저 접힌 순간에
네가 날 안았다.
늦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 번 접어 넣은 마음은
다시 펼쳐지지 않는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주름진 자리만 남은 채
처음의 모양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나는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그 자리를 지나치려 했다.
말하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데 너는
말이 아니라 온도로 다가왔다.
등을 감싸는 손,
숨결이 닿는 거리,
아무 말 없이 전해지는 체온.
그것들이 문장보다 먼저
나를 흔들었다.
접힌 마음이
조용히 소리를 냈다.
바스락,
종이가 펴질 때처럼
작고 분명하게.
나는 그 소리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접힌 마음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펴지지 못한 것뿐이었다.
두려움이 먼저였고
상처가 먼저였고
포기가 더 쉬웠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접어두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너는
그 선택을 지나
아무렇지 않게 내 앞에 섰다.
묻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더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결국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멈춰 있던 시간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아직 피어나지 못한 감정들이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너는 늦게 왔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이 순간은
조금도 늦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마음이 먼저 접힌 순간은
끝이 아니라
잠시 멈추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다시 접지 않겠다.
이번에는
끝까지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