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솔로몬의 노래』

소유하지 않는 사랑, 짓눌림 없이 날기 위해

by Helia

인간은 늘 이상한 선택을 반복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상해질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솔로몬의 노래』 속 문장 하나가 그 사실을 너무도 정확하게 찌른다. “우리는 애초에 불리한 카드패를 쥐고 시작한다”는 고백. 이건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인식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기울어진 판 위에 놓인 존재들, 그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다 보면 몸이 기묘하게 뒤틀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생존이라는 이유로 타인을 밀어낸다. 이상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서. 이 문장은 인간의 잔혹함을 변명하지 않으면서도, 그 배경을 조용히 밝혀준다. 마치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라는 낮은 목소리처럼.

죽음에 대한 문장은 더 직설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자연스러운 일.” 보통 우리는 죽음을 자연의 일부라고 배운다. 생로병사의 순환, 받아들여야 할 흐름 같은 것들. 그런데 이 소설은 그 통념을 단칼에 잘라낸다. 죽음은 자연스럽지 않다. 오히려 완전히 어긋난 사건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더 납득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죽음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감정이 떠올랐다. 이해되지 않는 상실, 설명할 수 없는 공백. 우리는 죽음을 이해하려고 애쓰지만, 사실 끝내 이해하지 못한다. 그게 오히려 더 정확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허영에 대한 비유. 보석으로 뒤덮인 꼬리가 몸을 짓누른다는 장면은 거의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다. 인간은 늘 무언가를 더 가지려고 한다. 더 화려하게, 더 많이, 더 눈에 띄게. 그런데 그 ‘더’가 쌓일수록 오히려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날고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몸에는 돌덩이를 달고 있는 셈이다. 이 문장은 단순히 물질적인 허영만을 말하지 않는다. 관계도, 감정도, 심지어 자기 이미지조차도 포함된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어떻게 인정받을지에 대한 집착.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를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날고 싶다면 버려야 한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잔인하다. “누구 것”이라는 말은 나쁘다. 이 한 문장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사랑을 소유로 오해하는지를 드러낸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묶어두고, 가두고, 통제하려는 욕망. 하지만 소설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제시한다. 구름과 산. 구름은 산을 감싸지만, 절대 정상까지 덮지 않는다. 그 마지막 공간은 남겨둔다. 숨 쉴 수 있는 여지, 존재할 수 있는 틈. 이건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다. 사랑은 가까워지는 기술이 아니라, 거리를 남겨두는 감각이다. 완전히 덮어버리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지배가 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이전의 관계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소유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지.

마지막 문장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다. 더 많은 사람을 알았다면 더 많이 사랑했을 거라는 고백. 이건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다. 삶의 방향에 대한 후회에 가깝다. 우리는 늘 선택한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외면할지. 그리고 그 선택이 결국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한다. 이 문장은 묘하게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사랑은 무한할 수 있지만, 우리의 시간과 용기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 그래서 더 많은 사랑을 하지 못했다는 고백은 결국, 충분히 살지 못했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이 다섯 개의 문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인간은 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묶는다. 살아남기 위해 상처를 주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구속하며, 더 가지려다 더 무거워진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잃어간다. 『솔로몬의 노래』는 그 모순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불편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결국 이 소설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살아간다는 건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은 언제나 대가를 남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계속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덜 소유하고, 조금 더 남겨두는 방식으로. 그게 이 이야기가 끝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