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달의 편지함

남겨진 사람

by Helia

그리고 별사탕 우체국은
다음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보름은 빠르게 지나갔다.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분류표는 묶여 한쪽으로 밀렸고,
자주 열리던 서랍은 비워진 채 닫혀 있었다.
손때가 묻어 있던 물건들은 닦이지 않았다.
그대로 남겨 두었다.
누군가의 손이 닿았던 자리라는 걸,

굳이 지우지 않았다.

루네는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필요한 것만 정리했다.
쓸모를 따지지 않았다.
지금 쓰이는지만 봤다.

호수는 묻지 않았다.
그냥 같이 움직였다.
루네가 꺼내면 옮겼고,
접으면 쌓았고,
남기면 그대로 두었다.

포노는 창가에 앉아 바깥을 오래 봤다.
예전보다 더 오래.
고개를 돌리는 일이 줄었다.
대신 눈을 오래 뜨고 있었다.

쿼카는 마지막 기록을 넘겼다.
종이를 한 장 넘기고,
멈췄다가,
다시 넘겼다.
끝까지 덮지 않았다.
손을 올려둔 채 잠깐 있었다.

그날 아침, 문이 열렸다.

루네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포노가 먼저 문을 나섰다.
발이 조용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쿼카가 그 뒤를 따랐다.
문턱을 넘기 전에 한 번 멈췄다.
안쪽을 한 번 훑고 나갔다.

호수는 안쪽에 서 있었다.
빗자루를 들고.

“가?”

짧게 물었다.
루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잠깐, 아주 잠깐 멈췄다.

“1년.”

루네가 말했다.
호수가 고개를 들었다.

“약속.”

짧게 대답했다.
루네는 더 말하지 않았다.

문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안쪽 공기가 조금 달라졌다.

호수는 그대로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문 쪽을 한 번 보고,
카운터를 보고,
창가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빗자루를 움직였다.

바닥을 쓸었다.
먼지를 모았다.
문 앞까지 밀어냈다.

같은 자리였다.
매일 쓸던 자리였다.

그때—

공기가 한 번 접혔다.

짧았다.
그러나 분명했다.

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호수가 멈췄다.

아리도 멈췄다.

체리가 고개를 들었고,
루미는 숨을 멈춘 듯 가만히 있었다.

문을 열었다.

바다가 있었다.

모래가 바로 앞에 깔려 있었고,
파도가 일정하게 들어왔다 나갔다.

멀지 않았다.
가까웠다.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호수는 문턱에 서 있었다.

바람이 들어왔다.
차갑지 않았다.
짠 냄새가 섞여 있었다.

아리가 뒤에서 말했다.

“오빠…”

호수가 돌아봤다.

아린 문턱에 서 있었다.


“여기… 어디야?”

“바다.”

짧게 말했다.

아린 한 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안쪽을 둘러봤다.

멈췄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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