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불빛 아래에서 멈추지 못한 춤

그 순간, 나는 웃고 있었다

by Helia

수학여행 둘째 날 저녁, 장기자랑과 캠프파이어가 이어졌다.
운동장 중앙에 세워진 커다란 불꽃은 아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고, 주변은 한껏 들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아이들 틈에서, 아이와 지혜는 말없이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불빛은 가까이 있었지만, 둘은 어둠 속에 있었다.

누구도 둘을 부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도 지혜도 자기들만의 조용한 거리를 지키며, 무대 위 친구들의 춤과 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음악이 점점 빠르게 바뀌고, 아이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민선이가 아이에게 다가왔다.
“야, 넌 왜 안 와? 얼른 와서 춰!”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목을 잡아끌었고, 아이는 순식간에 아이들 틈 한가운데로 밀려났다.
거절할 틈도 없었다.
아이들은 이미 들떠 있었고,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처음엔 민망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터졌고, 박수가 이어졌다.
“얘 봐, 은근 잘 춘다니까?”
“어쩐지 조용하더니, 이런 면이 있었네?”

아이의 몸짓은 점점 커졌고, 어느 순간 진심으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무리에 섞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을 향한 환호와 웃음, 박수.
아이는 그걸 멈출 수 없었다.
멈추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멈추는 건, 이 환호를 거절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래서 지혜의 얼굴은, 그 순간 아이의 눈에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런데—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 아이는 한 장면을 마주했다.

조금 떨어진 쪽, 어둠에 서 있던 지혜를 해령이가 끌어당기고 있었다.
“야, 너도 와. 뭐 해 거기서?”
해령이는 반쯤 장난스러운 말투로 지혜를 아이들 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순간 아이는—
안도했다.

지혜가 그곳에 있었음을 몰랐다.
혹여나 그 눈빛과 마주쳤더라면, 아이는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무리를 스스로 거절했을지도.
그런데 해령이 덕분에, 아이는 계속 춤출 수 있었다.
그래도 되는 것처럼.

아이의 발끝은 계속해서 박자를 타고 있었고,
불빛은 아이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그 무리의 중심에서, 아이는 자신이 마치 그 무리의 일부인 듯한 착각을 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어딘가 스스로를 놓아버린 것 같은 감정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