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척하는 애
수학여행 셋째 날. 아이들은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 등산을 나섰다. 전날 밤 캠프파이어의 열기 때문이었을까. 다들 기운이 넘쳤다. 웃고, 떠들고, 기대에 부풀어 고요한 새벽을 흔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자리에 없었다.
“넌 빠져. 몸 약하잖아.”
선생의 말 한마디에 결정은 끝났다. 아이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다.
아이의 몸은 확실히 남들보다 약했다. 어릴 적부터 앓던 갑상선질환 탓에 체력은 늘 바닥이었고,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찼다. 하지만 아이는 가고 싶었다.
전날 밤 춤을 추며 느낀 환호, 그 잠깐의 소속감이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더는 잊히고 싶지 않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무리하게 몸을 움직였고, 덕분에 아침엔 다시 진이 빠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아이는 적어도 물어봐주기만 했더라면, 아마 못 간다고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겠다고, 따라가겠다고, 애써 대답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어딘가에 섞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선생은 묻지 않았다. 그저 “넌 빠져”라고, 마치 예정된 순서처럼 말했다.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뒤로 물러났다. 그게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복도 끝에 조용히 앉아 아이는 아이들이 줄 맞춰 올라가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교복 위로 얇은 바람막이를 걸치고,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은 채. 여전히 어딘가 아프고, 여전히 어딘가 서운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의 정체는 ‘배제’만은 아니었다.
“어제 그렇게 잘 놀아놓고 오늘은 아프대. 진짜 웃기지 않아?”
등산을 마치고 돌아온 몇몇 아이들이 쏘아붙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이의 귀엔 그 말이 바람보다 더 날카롭게 스쳤다. 그 누구도 모른다. 전날 밤, 아이가 그 무리에 섞이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용기를 냈는지. 그 밤의 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작은 반란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여전히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아무도 아이에게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