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않은 말, 하지 못한 마음
등산은 새벽 다섯 시 출발이었다. 아이는 그보다 먼저 눈을 떴지만, 조용히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전날, 선생이 조용히 말했다.
"너는 빠져. 어차피 몸이 약하잖아."
질문은 없었다. 단지 정해진 통보처럼 들렸다. 아이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이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체력이 약했다. 어릴 때부터 앓아온 갑상선 질환 탓에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금세 지쳤다. 전날 캠프파이어에서 민선의 손에 이끌려 춤을 췄고, 아이는 그 순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무대에 섰다. 신기하게도 춤은 끝나지 않았고, 아이들의 환호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밤의 열기가 아이의 에너지를 다 태워버렸다는 것. 새벽의 몸은 무거웠고, 숨은 얕았다.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 물어봤다면, ‘괜찮다’며 따라갔을 것이다.
그게 아이의 성향이었다.
먼저 나서진 못하지만, 물어봐 주면 결코 거절 못하는 아이.
아이들은 삼삼오오 나섰다.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졸린 눈을 비비며 등산화를 신었다.
아이 혼자 남겨진 숙소 복도엔 조용한 숨소리만 감돌았다.
아이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차피 갔으면 더 힘들었을 거야.’
‘혹시 올라가다 다치기라도 하면 더 민폐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운 없이 허공만 바라봤다.
등산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들은 숙소 앞 벤치에서 사진을 보여주며 떠들었다.
“진짜 장난 아니었어. 힘들어서 죽는 줄.”
“근데 너 왜 안 왔어? 어제 잘만 놀더니.”
몇몇이 그런 말을 던졌고,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해령이 잠깐 다가오더니 입을 열 듯 말 듯하다가,
그저 아이의 옆을 지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아이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어릴 적, 네 명이 함께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선, 해령, 지혜, 그리고 아이.
아빠에 대한 소문이 돌고, 엄마의 ‘아니요, 그럴 리 없어요’라는 대답이 퍼져나가며 무너진 시간.
사실은 엄마도 몰랐겠지. 그 한 마디가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는 걸.
아이의 오늘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다시, 조용히 안으로 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