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지 못한 순간
수학여행 첫날, 아이와 지혜는 조가 되었다. 정해진 조 편성은 아니었다. 3인 1조, 4인 1조로 다니는 친구들 속에서, 둘만 남겨졌을 뿐이었다.
지혜는 사진을 찍지 않았다. 아무도 함께 찍자 말해주지 않았고, 지혜도 스스로 그 틈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아이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말은 거의 없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간식을 살 때도, 목적지를 옮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붙어 다녔지만 함께 걷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이도 알고 있었다. 지혜가 처음부터 자신을 마주하지 않았다는 것을.
특히 그날 이후로는 더더욱.
“야, 우리 반 왕따 누구야?”
교실 안, 숨 막히던 그날. 선생의 시선이 아이를 향했다. 그 순간, 지혜는 고개를 돌렸다. 아이를 보지 않았다. 입술을 앙다문 채, 창밖만 봤다.
그게 처음이었다. 아이가 지혜에게서 느낀 외면이라는 감정.
그리고 두 번째는, 한나가 돈을 갚으라며 아이를 몰아세웠을 때였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지혜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멀찍이서 외면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지혜가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빈틈. 아이는 주변을 돌며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좁은 골목 끝.
아이들 무리 사이에 둘러싸인 지혜를 발견했다.
지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군가는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고, 누군가는 휴지를 던지며 희롱했다.
아이의 발이 멈췄다.
‘지나쳐도 될까?’
그 질문은 곧 사라졌다.
아이는 무리 사이로 뛰어들었다.
지혜 앞에 서서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여러 명이서 한 명 상대로.”
누군가 키득거렸다.
아이의 손이 지혜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자. 빨리 가자고.”
지혜는 움찔했지만, 따라나섰다.
멀어지는 발소리, 등 뒤로 여전히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이는 돌아보지 않았다.
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나란히 걷기만 했다.
짧았던 순간. 그 안엔 수많은 말들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말 대신—손을 내민 건 또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