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우리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창밖만 보던 아이, 웅크린 채 침묵하던 아이

by Helia

수학여행을 가던 날, 지혜는 아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빈자리는 충분히 있었다. 굳이 그녀 옆에 앉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아이는 짐작했다. 다른 아이들이 못 앉게 했을 거라고.
지혜는 조용히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착할 때까지 둘 사이에 오간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대하지도 않았고, 반갑지도 않았다.

지혜는 원래 왕따였다.
처음으로 손 내민 건 아이였다. 매점에 같이 가자고 했고, 급식 줄도 함께 섰다.
지혜는 통통한 몸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서 잘 섞이지 못했고, 말수가 적었다.
그런 지혜에게 먼저 다가가 준 건 아이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교실에서 선생님이 물었다.
“우리 반에 따돌림당하는 친구가 누구야?”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침묵했고, 결국 누군가 조용히 아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모두가 아이를 바라봤다. 지혜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지혜는 아이의 눈을 피했다.
그날 이후, 둘은 말을 섞지 않았다.

그 후로도 지혜는 아이의 곁을 스치듯 지나갔다.
한나와 그 무리들이 아이의 가방을 뒤지며 “돈이나 갚아!”라며 협박할 때,
지혜는 말없이 외면했다. 멀리서 바라만 보았다.
비겁했다. 도와주지 않았고, 말리지도 않았다.

아이에게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 섞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빵 심부름을 다녔다.
자신의 용돈을 쪼개가며 빵을 사고, 아이들을 웃기기 위해 개인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준비물 살 돈이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도 돈을 빌린 적은 없었다.
그런 아이에게, 누군가 “너 나한테 5천 원 빌렸잖아”라고 말했고,
지혜는 그것마저 외면했다.

그날, 수학여행 가는 버스에서 지혜가 앉았던 건
단지 빈자리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도 알고 있었다.
지혜는 웃고 떠드는 무리 속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중 누구도 지혜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 옆이 유일한 피난처였을 뿐이라는 걸.

버스는 도착했고, 아이는 지혜보다 먼저 일어섰다.
“지혜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그날, 아이는 더 이상 지혜의 친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혜 역시 그날 이후 아이의 친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