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 그날, 나는 빚쟁이가 되었다.

처음엔 5천 원이라더니

by Helia

"너 나한테 5천 원 빌렸잖아. 기억 안 나?"

그 말 한마디로, 아이는 교실 안 가장 조용한 죄인이 되었다. 당황한 건 나뿐이었고, 그 순간부터 모든 시선이 아이를 향했다. 아이는 누구에게도 돈을 빌린 적이 없다. 진심이었다. 1원 한 푼이라도 빌린 적 없다. 왜냐하면, 빌려달라고 해도 줄 애들이 없다는 걸 아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준비물을 사간 적이 없다. 늘 그랬다. 항상 쪼들리는 용돈으로 겨우겨우 빵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줬고, 정작 아이 건 없었다. 빵을 사줬던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아이에게 준비물 하나 빌려주지 않았다.


자기 물건 하나 빌려주는 것도 그토록 아까워하던 아이들이 돈을 빌려줬다고? 그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다. 아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언제? 몇 월 며칠? 어디서? 내가 너한테 돈을 빌린 적 이 없다고."


하지만 돌아온 말은


"시끄럽고, 돈이나 갚아."

"이따위로 뻔뻔하게 살지 마."


그날 이후, 그 무리들은 매일 아이의 반에 찾아와서 돈 갚으라고 했다.

가방을 뒤지려 하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선생님도, 친구도. 심지어 웃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웠다.

내가 아닌 '누군가의 빚을 진 사람'으로 보이는 게.

진짜보다 거짓이 더 쉽게 퍼지는 교실 안에서 아이는 묻혀갔다. 아이는 끝까지 말했다.


"난 안 빌렸어." 절대 그런 적 없어."

그게 내 자존심의 마지막 경계였다.

그러니까, 그날 아이는 빚쟁이가 된 게 아니다.'아이는,

거짓말에 뒤덮인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