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그 점수는 내 것이 아니래요.

부정당한 노력

by Helia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는 처음으로 책상 앞에 오래 앉았다. 수학은 포기한 과목이었기에 건드리지 않았고, 대신 좋아하는 국어, 역사, 기술, 도덕을 중심으로 노트를 정리하고, 문제를 풀고, 밤을 아꼈다.


코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이 따가울 때까지 앉아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잘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시험을 치는 그날, 아이는 낯선 감정을 느꼈다. 문제 속 문장이 익숙했고, 기억을 더듬으며 정답을 쓸 수 있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작은 확신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며칠 후, 성적표가 나왔다. 아이의 점수는 놀라울 만큼 올랐다. 특히 국어와 도덕은 선명히 달라져 있었다.

그 순간, 아이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번만큼은, 잘했어.'

그리고 기대했다. 선생님도, 단 한 마디쯤은 해줄 거라.

하지만 교무실로 불린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칭찬이 아니었다.


"너 이 점수, 어떻게 나온 거야?"

"혹시 커닝한 건 아니지?"


선생님의 말은 차갑고 무심했다.

그 한 마디가, 며칠간의 모든 노력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재시험을 치게 되었다.

아이의 손은 떨렸고, 눈앞은 흐려졌다.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나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재시험 점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었다. 처음 받은 점수보다 못했을 거라고.

왜냐하면, 그날 시험지를 마주한 아이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고, 자신이 '믿고 싶었던 모든 것들- 노력, 가능성, 기대-'가 그 짧은 한 마디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아이의 책상 위엔 다시 형광 펜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조용히, 자신만의 결론을 적었다.


"다신 하지 말자, 기대도, 노력도,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