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당한 노력
중간고사를 앞두고, 아이는 처음으로 책상 앞에 오래 앉았다. 수학은 포기한 과목이었기에 건드리지 않았고, 대신 좋아하는 국어, 역사, 기술, 도덕을 중심으로 노트를 정리하고, 문제를 풀고, 밤을 아꼈다.
코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이 따가울 때까지 앉아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잘했어"
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였다. 시험을 치는 그날, 아이는 낯선 감정을 느꼈다. 문제 속 문장이 익숙했고, 기억을 더듬으며 정답을 쓸 수 있었다.
'나도 할 수 있구나." 작은 확신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며칠 후, 성적표가 나왔다. 아이의 점수는 놀라울 만큼 올랐다. 특히 국어와 도덕은 선명히 달라져 있었다.
그 순간, 아이는 처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번만큼은, 잘했어.'
그리고 기대했다. 선생님도, 단 한 마디쯤은 해줄 거라.
하지만 교무실로 불린 날, 기다리고 있던 건 칭찬이 아니었다.
"너 이 점수, 어떻게 나온 거야?"
"혹시 커닝한 건 아니지?"
선생님의 말은 차갑고 무심했다.
그 한 마디가, 며칠간의 모든 노력을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재시험을 치게 되었다.
아이의 손은 떨렸고, 눈앞은 흐려졌다.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나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재시험 점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알고 있었다. 처음 받은 점수보다 못했을 거라고.
왜냐하면, 그날 시험지를 마주한 아이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고, 자신이 '믿고 싶었던 모든 것들- 노력, 가능성, 기대-'가 그 짧은 한 마디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아이의 책상 위엔 다시 형광 펜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는 조용히, 자신만의 결론을 적었다.
"다신 하지 말자, 기대도, 노력도,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