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술이 큰 위로가 된다.
좋은 예술을 마주하면 시간이 느려진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보다’가 어느 순간엔 ‘느낀다’. 그리고 결국엔 ‘나’를 돌아본다. 그래서 나는 좋은 예술을 좋아한다. 아니, 감사하게 여긴다. 그것이 내 안의 무언가를 말없이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좋은 예술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고통이, 사랑이, 혹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담백하게 담겨 있는 작품에서 우리는 진심을 읽는다. 기술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그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다. 마치 오래된 편지를 꺼내 읽듯, 우리는 그 마음을 더듬는다.
나는 가끔 전시회를 혼자 찾아간다. 붓질이 겹쳐진 캔버스 앞에서, 오래 서 있는 일이 잦다. 작품 속 인물과 시선을 마주치고, 그 눈빛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발견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떤 그림은 잊고 있던 기억을 끌어올리고, 어떤 조각은 이제야 알게 된 마음을 일깨운다. 그렇게 예술은 내게 말을 건다. 단어가 아닌 감정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나는 매 순간 그 ‘말 없는 언어’를 좇는다. 좋은 사진은 구도나 색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안에 감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촬영자가 어떤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는지, 피사체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보는 이에게 그 흔적이 닿을 때 비로소 ‘작품’이 된다. 그걸 알기에 나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때도 한참을 들여다본다. 기교보다 온기, 완벽함보다 진심. 그게 내가 좋은 예술을 분별하는 기준이다.
좋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가사 없이도 마음을 건드리는 멜로디가 있고, 불안한 날에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한 줄이 마음을 다독이는 경험이 있다. 그 짧은 찰나의 울림이,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꾸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예술은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살게 한다.
나는 누군가의 글에서,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누군가의 낙서 같은 드로잉 속에서도 ‘좋은 예술’을 본다. 그것이 거대한 상이나 이름을 얻지 못해도 상관없다. 진심을 다해 만들어진 무언가는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감사해진다.
예술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짧은 시 한 줄이, 누군가에겐 고요한 노을빛 사진 한 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 말 없이 흐르는 선율이 ‘예술’ 일 수 있다. 그것이 위로가 되었고, 감동이 되었고, 삶의 작은 방향이 되었다면, 나는 그 모든 ‘좋은 예술’ 앞에 고개를 숙인다.
나는 오늘도 감사하다. 예술이 있어 외롭지 않았던 날들을, 슬픔을 몰랐던 시절보다 슬픔을 이해하게 된 지금을, 그리고 그렇게 감정을 다 헤아릴 수 있는 내가 된 지금 이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