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낯선 나
나는 종종 거울 앞에서 나를 관찰한다. 눈썹 하나하나, 점 하나까지 낯익은 얼굴인데도 문득 낯설다. 왜일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때로는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이기도 하니까. 더 날씬했더라면, 더 활달했더라면, 더 똑똑했더라면. 이런 '더'는 끝이 없어서, 결국 나를 자꾸만 부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친구가 말했다. “넌 그냥, 너여서 좋아.” 그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까지 울렸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어떤 성과를 보여주지 않아도,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가 누군가에게 괜찮은 존재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위로가 될 줄이야.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기대에 부응하라는 압박 속에 산다. SNS 속 반짝이는 삶들을 들여다보며 괜스레 내 오늘을 초라하게 느끼고,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나를 몰아붙인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 오히려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울리는 진심은 화려한 말이나 멋진 스펙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 주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 앞에서 비로소 나는 경계심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게 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나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완벽하지 않아도, 때로 흔들려도, 내가 나인 것을 온전히 인정하며 살아가고 싶다. 내 안의 약함과 모난 부분까지도 다 품에 안고 말이다.
‘있는 그대로’라는 말은 그래서 가장 솔직하고도 용기 있는 말이다. 나를 깎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말. 그리고 그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사람과 사람 사이엔 따뜻한 신뢰가 피어난다. 아무런 꾸밈없이 마주한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 울림을 주는지, 살아갈수록 자주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거울 앞에 선다. 조금은 붓고, 조금은 지친 얼굴일지라도, 이렇게 말해본다. “괜찮아, 너는 너여서 충분해.” 있는 그대로의 내가, 있는 그대로의 너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