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물드는 시간의 결
6월은, 계절 사이의 쉼표 같다.
봄의 끝자락에 발끝을 얹고, 여름의 문 앞에 조용히 서 있는 계절.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순간이면서도,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아직 조심스러운 그런 날들.
이따금 창밖을 보면, 계절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초록은 어느덧 짙어졌고,
햇살은 뾰족해졌으며,
바람은 서늘함 대신 끈적이는 열기를 실어온다.
하지만 아직 완연한 여름은 아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 애매한 시기가, 이상하게도 나를 닮았다.
6월엔 생각이 많아진다.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났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조급해진다.
이룬 게 없는 것 같고,
계획만 가득했던 노트 한 장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위로보다,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6월은 유난히 뒤를 자주 돌아보게 만든다.
나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잘 가고 있는 걸까,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그렇게 마음을 살핀다.
더는 봄처럼 가벼울 수 없고,
여름처럼 활기차지도 않은 이 시기엔
오히려 조용한 성찰이 어울린다.
6월은 작고 미세한 것들로 가득하다.
해가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
밤이 되기까지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는 것,
모기향을 처음 피운 날,
반팔을 입을지 긴팔을 걸칠지 망설이는 저녁.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
하루를 채우고 계절을 만든다.
나는 이 조용한 변화들이 좋다.
계절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는 것,
우리의 삶도 그러하듯,
서서히 물드는 것들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
6월은 그렇게,
말없이 지나가지만 분명히 흔적을 남긴다.
사람도 그런 것 같다.
크고 선명한 존재보다,
조용히 마음을 남기는 사람이 오래 기억되는 것처럼.
그래서일까.
나는 이 계절을 사랑하지는 않아도,
놓치고 싶지는 않다.
6월은 나를 멈추게 한다.
다시 한번 숨 고르게 하고,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
조용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은 천천히, 아주 느리게 마음속에서 자라난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나가는 날들 속에서
문득, 나도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확실하진 않지만, 분명히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감각.
그게 6월이 주는 가장 묵직한 선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