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호의, 시끄러운 생색

마음은 소리 없이 전해지는 것

by Helia

진심이 담긴 호의는 조용하다. 말이 많지 않고, 과하지도 않다. 오히려 너무 소박해서 눈치채지 못한 채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문득 돌아보았을 때, 그 호의가 얼마나 깊고 따뜻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진심이란 그런 것이다. 서둘지 않고, 스스로 드러내려 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어떤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필요한 순간에, 아주 조심스럽게 곁에 머무른다.

그런 호의는 누군가에게 잊히는 일이 있더라도 전혀 섭섭하지 않다. 기억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마음이 닿아 상대가 조금이라도 덜 외롭기를, 덜 아프기를 바랐던 것. 그런 호의는 계산이 없다.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오래 남는다. 조용한 호의에는 진심의 체온이 있다.

하지만 모든 호의가 그런 따뜻함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호의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철저히 계산된 마음들이 있다. 대가를 바라고 베푸는 친절, 생색을 내기 위한 배려, 혹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일부러 친근하게 다가오는 태도. 그것은 더 이상 호의가 아니다. 위장된 목적, 포장된 이기심일 뿐이다.

특히 가장 교묘한 호의는 악의가 깃든 호의다. 타인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은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깔린 경우다. 상대를 낮추고, 자신을 높이기 위해 친절한 얼굴을 쓰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호의는 늘 시끄럽다. 굳이 누군가에게 보이려 하고, 자신이 얼마나 베풀고 있는지를 강조하며, 생색을 낸다. 진심은 없고, 자존감만 넘친다.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확신 속에서, 호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평가한다.

그런 ‘호의’는 받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진다. 정작 도움을 받았지만 어딘가 불쾌하고, 고마워해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운 느낌. 그것은 우리가 그 호의 속에서 숨겨진 감정의 냄새를 직감적으로 감지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담긴 것인지, 아니면 우월감이 담긴 것인지를 우리는 결국 알게 된다.

진짜 호의는 강요하지 않는다. 평가하지 않는다. 돌려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조용히 곁에 있다가, 상대가 필요할 때 가만히 손을 내민다. 그런 호의는 기억보다 더 오래 남는다. 이유 없이 마음을 울리고, 오래도록 생각나게 만든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좋은 말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큰 도움보다 조용한 지지로. 내가 전한 마음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를. 나의 친절이 결국 나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가 되지 않기를. 진심이란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이고, 호의란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전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니 말 많은 호의보다는, 말없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기를. 생색보다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세상이 시끄러워도, 마음만큼은 조용하고 단단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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