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하는 말

마음이 무거운 날, 나에게 보내는 안부

by Helia

가만히 앉아 있던 오후였다. 딱히 아무 일도 없었는데, 마음이 자꾸 뒤척였다. 겉으로는 고요한데 속은 들끓는 냄비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이 가슴 어딘가에서 자꾸만 솟구쳤다. 누군가에게 토로할 수 있는 감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 혼자서 삼키기엔 너무나 무거운 마음이었다. 이유 없는 슬픔이 가장 견디기 어렵다고 했던가. 오늘은 딱 그런 날이었다.

창밖에는 하늘이 잔뜩 부풀어 있었다. 비라도 내릴 모양인지, 회색빛 구름들이 무겁게 늘어져 있었다. 내 마음도 마치 그런 구름 같았다. 쏟아내고 싶은데, 어디로 어떻게 흘려보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조용히 노트를 꺼냈다. 마음이 하는 말을 적어보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나만의 언어로. 그러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니까.

"오늘, 나는 왜 이렇게 울고 싶은 걸까."
"이유 없이 서러운 감정이 들 때, 그건 마음이 나를 너무 오래 방치한 탓일까?"

몇 줄 적다 보니 문장이 조금씩 길어졌다. 마음속에서 억눌렸던 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트 위로 쏟아졌다. 그건 누구를 원망하거나, 무언가를 탓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단지 내가 나에게 보내는 안부였다.

“괜찮니?”
“많이 참았지?”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마음일기란 그런 것이었다. 타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내게는 꽤나 무게 있는 감정들. 누구도 대신 들어줄 수 없는 내 안의 서사.

언젠가 들은 말이 떠올랐다. 감정은 묻어둘수록 썩는다. 그냥 참는 게 미덕인 줄 알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성숙한 거라 믿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마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을 조용히 밀어두며, 묵묵히 걷기만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모든 무게가 나를 더 힘겹게 만들고 있었더라.

오늘은 그 무게를 조금 덜어내기로 했다.
말로 다 하지 않아도, 글로라도 써보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에게 편지를 쓴다.

'괜찮아. 너는 너답게 잘 버티고 있는 거야.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돼. 울고 싶으면 울어도 좋아. 아무 이유 없이 슬플 수도 있어. 네가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여전히 너 안에 무언가 살아 숨 쉰다는 증거야.'

이 문장들이 나를 다독인다. 누군가의 말보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말이 더 진하게 스며든다.

노트를 덮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 정도는 생긴 것 같았다.

오늘도 나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때로는 가장 먼 존재인 ‘마음’과 함께 살아간다. 언제든 지쳐 쓰러지면 이 노트를 펼쳐 다시 마음의 소리를 듣기로 한다. 그것이 내가 나를 지켜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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