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그날, 나를 졸업했다.

해방의 순간, 나로 살아가는 시작

by Helia

졸업식 날, 아이는 강당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조용히 따라갔다.
다른 아이들의 부모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떠들었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깔깔거렸다.
엄마는 조용히 꽃다발을 내밀며 “수고했어”라고 말했다.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꽃다발을 안고, 졸업장을 손에 쥐고, 강당 밖에서 한 컷의 사진이 남았다.
햇빛이 잘 드는 오후였고, 아이는 웃고 있었다.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해방에 가까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이 찍혀 있었다.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다.
누구도 몰랐을 그 순간, 아이는 자신에게 다짐했다.
“앞으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내가 되자.”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아이는 곧 성인반으로 옮겨갔다.
어른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공간은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편했다.
선생님은 이름을 불러주었고, 누구도 아이를 의심하거나 조롱하지 않았다.
그곳에선 아이가 ‘거짓말쟁이’도, ‘왕따’도 아니었다.
조금씩, 아이는 다시 ‘나’라는 이름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그 평온도 오래가지 않았다.
집안 사정은 녹록지 않았고, 몸 상태도 예전 같지 않았다.
조용히 교무실에 찾아가 자퇴서를 내밀던 날, 선생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수긍해 주었다.
“언제든 돌아오고 싶으면, 와.”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 남긴 건 미련이 아니라 위로였다.
그래, 이번엔 스스로 나왔다.
도망이 아니었다. 선택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책가방도, 졸업장도, 사진도 아니고
그저 바람에 나부끼는 셔츠 소매가 덜렁거릴 뿐.

그러나 아이는 안다.
그 시절, 그 시간을 지나온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걸.
어쩌면, 지금이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