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이제는 꺼내야 할 말

마지막 이야기,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by Helia

졸업식 날이었다.
복도는 카네이션 향기로 가득했고, 각 반 교실엔 작별 인사를 나누는 아이들의 웃음이 퍼졌다.
아이도 조용히 자리에서 가방을 챙겼다.
사진 찍는 무리에도 끼지 못했고, 꽃 한 송이 받을 친구도 없었다.
어쩌면, 늘 그래왔듯. 그저 조용히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역시.
한나와 무리들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아이의 앞을 막아서며 한나가 말했다.
“야, 돈은?”

아이는 한숨을 삼켰다.
“또 시작이야…”

한나는 뻔뻔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너, 오늘까지라 그랬지? 5천 원이든 만 원이든 갚고 가. 우리 언니한테까지 얘기 다 했는데 어쩔래?”
뒤에 서 있는 아이들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졸업식 당일에도, 그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아이는 참았다.
오늘만은. 제발.
하지만 한나는 멈추지 않았다.

“넌 진짜 웃겨. 끝까지 안 갚겠다는 거야? 양심 없어?”

그 순간, 무언가 안에서 ‘딱’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간 말은 거의 비명이었다.
“넌 대체 왜 그래?!”

한나가 순간 멈칫했다.
교실 안은 조용해졌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는데! 도대체 왜 나한테 이래? 내가 너한테 갚고 말고 할 돈이 없다고! 빌린 적도 없고! 다 니 망상이라고!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이지!”

한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아이는 책상 옆 의자를 덥석 들었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손은 떨렸다.
하지만 의자는 던져지지 않았다.
들어 올린 채 멈춘 아이가 소리쳤다.

“꺼져!!”

그 말은,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이제 그만 참아. 더는 무너지지 마.”
속에서 오래 삭여왔던 울분이 벽을 넘은 순간이었다.

한나는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뒷걸음질 쳤다.
“뭐래 진짜. 미쳤나 봐.”
무리들과 함께 문을 나섰다.
아이의 손에 들린 의자는 아직 공중에 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에 내려놨다.
더는 던지지 않아도 됐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졸업식은 끝났고, 학창 시절도 끝났다.
하지만 아이는 그날 처음으로,
자신을 지키는 말을 크게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