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말로 살아온 시간들
Believe it or not.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언젠가는 ‘내가 싫다’는 생각만으로도 하루를 다 망쳐버릴 만큼 나 자신을 미워했던 내가, 이제는 거울 속 내 모습을 향해 속삭인다. 그래도 너니까.
기적 같다고? 아니, 이건 기적이 아니다. 그저, 아주 오래 걸린 회복의 시간이다.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인정으로 살아왔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 잘하고 있다는 칭찬, 노력은 보였다는 위로 같은 외부의 말들로 나를 지탱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사라지고 나면, 텅 빈 방 안에 남겨진 건 혼자 울고 있는 내 모습뿐이었다. 그 순간들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제일 듣고 싶었던 건 내 안의 내가 해주는 말이었다는 걸.
사실 우리는 너무 쉽게 자신을 의심한다. “이 길이 맞을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일까?”,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끊임없이 흔들리고 망설이면서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 살아간다. 나도 그랬다. 누구보다 불안했고, 조급했고,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또 하루를 버텨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그런데 믿기 힘들겠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지금의 나는, 그렇게 절망하던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당연하게 지나쳐온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일어나서 양치하고 밥을 챙겨 먹는 일. 사람을 만나 웃으며 인사하는 일.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일. 예전의 나는 이 모든 것이 별것 아닌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런 평범한 하루를 반복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믿기 힘들겠지만, 그 평범함이 나를 살렸다. 무너지고 다시 서고, 또 무너지고 또 일어서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이제는 나의 평범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거창한 성공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박수받지 않아도,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내가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된 건, 거울 속의 외모나 남들이 정해둔 기준 때문이 아니다. 상처받아도 다시 다정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두려워도 끝내 나아가는 용기, 아프면서도 여전히 누군가를 위할 줄 아는 마음. 그런 것들이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아주 늦게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정말로 나 자신을 조금씩 사랑하게 되었고, 그게 내 삶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너는 왜 그렇게 조용해?”라고 물으면, 주눅 들지 않는다. 그냥 웃으며 “그게 나니까”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려?”라고 재촉하는 말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알고 있다. 느리게 가도, 끝까지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우리는 모두 각자의 500일을 지나고, 어딘가의 서머를 만나고, 또 다른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조용한 나 자신을 만난다.
Believe it or not. 믿기 힘들겠지만, 그건 정말로 가능하다.
결국 가장 어려운 사랑은 나 자신을 향한 것이고, 가장 큰 용서는 내 안의 어린 나를 향한 것이다. 오늘도 나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세상에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가 나를 믿어주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삶은 조금씩 따뜻해진다.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내가 다시 괜찮아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