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쪼가리로 남은 우리 사이

말은 남았지만, 마음은 떠났다.

by Helia

처음엔 하루 종일 서로의 상태창을 들락날락했다. 그 사람이 뭘 했는지, 지금은 뭘 하는지, 점 하나 이모티콘 하나 바뀐 것까지 민감하게 반응했다. ‘ㅋ’가 하나인지 둘인지, 느낌표가 셋인지 넷인지에 따라 상대의 감정 온도를 추측하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화면 속에 살았다. 그 공간은 아주 작고, 아주 가볍고, 아주 손쉽게 무너지는 곳이었다.

이제 그 사람과의 대화창은 조각조각 남아 있다. 말 줄임표만으로 가득했던 밤의 말투, "ㅎㅎ"가 두 줄이던 웃음, "잘 자" 뒤에 붙여졌던 별모양 이모티콘, 그리고 마지막엔 도무지 의도조차 파악되지 않던 "ㅇㅇ" 하나. 나는 아직도 그 쪼가리들을 못 지운 채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우리는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눈 듯하지만, 실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해본 적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뭐 해?’란 말에 ‘그냥’이라고 답할 때, ‘괜찮아?’에 ‘응’이라고 했던 순간들. 깊이 묻고파도 얕게 흘러가는 문자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은 감정을 피하는 기술만 늘어났다. 말이 다였다면, 그 말들이 쪼가리로 남을 이유도 없었을 텐데.

카톡 쪼가리는 마치 오래된 전단지 같다. 필요할 땐 간직하다가, 필요 없어진 순간엔 구겨 던져지는. 누군가의 사랑도, 마음도, 그렇게 구겨졌는지도 모른다. 실은 너무 자주 마주치던 그 말투가, 너무 당연했던 그 대답들이, 이젠 그리운 한 조각이 된다는 게 이상하게 서글프다.

나는 아직도 가끔 그 대화창을 스크롤한다. 물론, 읽지 않는다. 다 알면서도, 다 모르겠는 듯한 그 감정. 우리가 쌓아왔던 말들이 이젠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나중에 얘기하자", "알겠어", "응"… 그렇게 쪼개지고 잘린 말들이, 결국 우리 관계의 무덤이 된 셈이다.

사실, 마지막까지도 나는 정리할 줄 몰랐다. 그저 ‘언젠간 다시 얘기하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 쪼가리들이 더 아프다. 깔끔하게 끝났다면, 지울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렇게 끝내지도, 이어가지도 못한 사이로 남았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고마워" 한 마디조차 쉽게 쓰지 못하겠다. 너무 많은 말들이 너무 쉽게 휘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게 얼마나 가볍고, 또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그 쪼가리들이 알려주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진심으로 듣고 싶다면, 이젠 카톡 대신 목소리를 택할까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쪼가리들을 다시 들여다보다, 핸드폰 화면을 꺼버린다. 마치 그 시절의 나를 꺼버리는 것처럼. 꺼진 화면 위로,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의 조각들. 언젠가 완전히 지워지는 날이 올까. 아니, 그런 날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그 조각들이 나를 더 조심스럽게, 더 진심으로 살아가게 하니까.

우린 결국, 쪼가리 같은 말로 이어졌고, 그 쪼가리로 끝나버렸다. 그래도 그 말들 속에 담겼던 진심만큼은, 사라지지 않기를. 쪼가리였지만, 내겐 전부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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