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 I never said

그날, 그 순간에 했어야 할 말

by Helia

말하지 않은 말들이 있다.
어떤 건 너무 작고 사소해서 흘려보냈고, 어떤 건 너무 커서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떠오르는 건 늘 그 말들이다. 하지 못한 말. 하지 않은 말. 아니, 하고 싶었지만 꺼낼 용기가 없던 말들.

“괜찮아?” 하고 물었어야 했다.
그날 너의 눈 밑은 평소보다 더 퀭했고, 말수는 적었다. 바쁘다는 말로 넘겼지만 사실은 알아챘다. 무너지고 있다는 걸.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나는 묻지 않았다. 감정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쩐지 무례할 것 같아서, 아니, 나 자신이 감당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참 고마웠어.”
입가에 맴돌다 삼켜버린 말.
네가 내 곁에 있어준 시간들이 참 큰 위로였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혼자인 줄 알았던 시절에, 말없이 같이 걸어주던 네가 있어서 내가 견딜 수 있었다는 걸.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어려웠다. 고마움은 왜 늘 뒤늦게야 선명해지는 걸까.

그리고 가장 하지 못한 말.
“미안해.”
그때 내가 너무 쉽게 돌아섰지. 네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네 상처를 가볍게 여겼어. 너는 진심이었을 텐데, 나는 그걸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해. 그날 우리가 조금 더 오래 이야기했더라면, 감정을 숨기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달라졌을까. 하지만 상상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미안함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이제는 다 흘러가버렸다고 믿고 싶지만, 말하지 않은 말들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때때로 꿈속에서, 오래된 사진을 꺼낼 때마다, 익숙한 노래를 들을 때마다 불쑥 고개를 든다.
그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살아갈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입을 닫았던 내가 부끄럽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용기 내보려 한다.
늦더라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고마워."
"사랑해."
"괜찮아?"
"미안해."
그리고 또다시,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말해지지 못한 문장들이 무수히 떠다닐 것이다.
그 말들이 언젠가 닿기를, 그 사람에게 도착하기를.
나는 그렇게, 말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안고 하루를 산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다음에는 꼭 말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하며.

말하지 않았지만, 진심이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혹시 아직 남아 있는 말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그 마음을 꺼내보기를.
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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