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당신

그대는 없다, 노래만 남아 흐른다

by Helia

비가 오는 날이면 늘 그렇다.
어김없이 그 노래가 떠오른다.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
첫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하지만 이상하다. 그 가사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읊조리면서도
나는, 아직도 당신이 그립다.

우리는 그렇게 끝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아가고 있지만
비만 내리면 그날의 장면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함께 걷던 그 골목, 비 오는 날이면 꼭 찾았던 작은 카페,
우산을 나란히 쓰고 걷던 그 거리.
기억 속에 있는 당신은 언제나 비와 함께였다.

당신이 떠난 날도 비가 내렸다.
창밖에 쏟아지는 빗소리는 두 사람 사이의 침묵보다 더 시끄러웠다.
말없이 식어가는 커피잔,
무너져가는 내 표정을 애써 외면하던 당신의 눈빛.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비가 싫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가 당신을 데려오는 게 싫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비는 늘 제멋대로 내리고,
당신도 늘 내 마음대로 떠오른다.

누군가는 잊는다는 게, 참 다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슬픔을 끝내 포용하고, 그리움을 손 놓아주는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다정함까지 닿지 못했다.
당신을 미워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 상태가
아직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노래는 흐르고,
“그저 이렇게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그 구절이 내 마음을 때린다.
맞다. 나도 자주 그랬다.
그저 멍하니 창밖을 보며, 당신을 떠올리곤 했다.
애써 눈물은 참았고, 그리움을 말로 꺼내지 않았다.
괜찮은 척, 잊은 척, 다 끝난 척.
그 모든 척들이 모여 나를 하루하루 살아가게 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 사람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널 기억하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이 맞다는 걸, 나도 안다.
그래서 더 말할 수 없었다.
너는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인데,
나만 비 오는 날마다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아서.

그래도 나는 오늘 또 이 노래를 듣는다.
“나의 젖은 기억 속에,
비는 오는데,
그대는 없다.
당신이 없는 이 풍경 속에서,
비만은 여전히 우리 둘의 흔적을 적신다.
그리움은 습기처럼 벽에 스미고,
나는 그 아래에 조용히 웅크려 앉는다.

이젠 당신을 부르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 노래가, 이 빗소리가
가끔은 나 대신 당신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그 조각 하나쯤은
어딘가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은 이제 나의 과거지만,
비와 함께라면,
나는 그 과거를 잠시나마 다시 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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