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혼자 살아

내가 다 맞추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야

by Helia

같이 있는 건데, 혼자인 기분이었다.
둘이 있어도 외로운 관계.
내가 말하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정작 어떤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애써 챙기고 물어도, 너는 "응"으로 끝냈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도, 대화는 늘 나만 만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건 함께 사는 게 아니라,
나 혼자 너를 위해 움직이는 일방적인 동거라는 걸.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 거면, 혼자 살아.

누구와 함께 사는 건
공간만 나누는 일이 아니라
감정도, 시간도, 애씀도 함께 나누는 일이잖아.
근데 너는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겼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언제부턴가 '배려'라는 말이 '인내'로 바뀌었고,
'이해'라는 말이 '감내'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같이’ 있는 사람을 원했지
‘곁에’만 있는 사람을 원하진 않았어.
혼자 있는 시간이 불안한 사람들은
종종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곁에 둔다.
하지만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누군가를 곁에 두는 것만큼 이기적인 일이 또 있을까.
그건 결국 누군가를 도구처럼 쓰는 거니까.

너는 나와의 관계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묶어놓고
그 안에서 스스로는 책임지지 않았다.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너 자신만을 위한 선택들뿐이었다.

사소한 다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자꾸만 내 탓을 했고,
너는 그걸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화내지 않는 내가 편했을 거야.
무조건 맞춰주는 내가,
조용히 참고 넘어가는 내가.

하지만 이제는 안 하려고 해.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버려지기 싫어서,
애써 맞춰왔던 관계의 균형을
이제는 손에서 놓아보려고.

관계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거지만,
그 노력이 ‘한쪽’의 몫이 되는 순간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감정 노동일뿐이야.
애써주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정말 혼자 사는 게 낫지.
그렇게 살 거면, 제발 혼자 살아.

같이 산다는 건,
함께 걸어가는 일이잖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있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있는 일.
그런 게 하나도 없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훨씬 덜 외롭고, 훨씬 덜 고독하다.

나는 이젠 그런 관계에 나를 묶어두지 않을 거야.
누군가에게 애걸하듯 관심을 구걸하지도 않을 거고,
나를 지우면서까지 누군가의 곁에 남아있지도 않을 거야.

나는 내가 편안한 관계를 원해.
같이 있으면 더 나아지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을 살피는 사람.
싸우더라도 그 안에 여전히 애정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

그러니 다시 말할게.
그럴 거면, 혼자 살아.

그건 단념이 아니라,
내 삶을 지키는 최소한의 존중이야.
그리고 그 말은, 더 이상 너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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