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시 신데렐라의 꿈은 뭐였는가

궁전보다 자유를 꿈꿨던 그녀

by Helia

모든 동화가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다.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남기고 궁을 빠져나가던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그녀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잊었다.
그녀는 뛰었고, 도망쳤고, 돌아가야만 했다.

열두 시, 마법이 풀리는 시간.
누군가는 그 순간을 비극이라 했고, 누군가는 운명이라 여겼다.
하지만 정작 그 한밤중, 무너지는 마법과 현실 사이에서
신데렐라가 꿈꿨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랑?
왕자와의 재회?
궁전에서의 영원한 삶?

아니,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삶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늘 무언가로 불렸다.
계모의 집에서 ‘하녀’,
무도회장에서는 ‘미스터리한 아가씨’.
그리고 왕궁에선 ‘유리구두를 남긴 여인’.
어디에도 ‘신데렐라’라는 진짜 이름은 없었다.
모두가 그녀를 이야기했지만, 누구도 그녀의 진심은 묻지 않았다.

혹시, 그녀가 정말로 바란 건
누군가의 사랑보다 ‘자유’였던 건 아닐까?

빗자루를 손에 쥐고 먼지를 털어내던 시간 속에서도
그녀는 매일 밤 창밖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에 흐르던 별빛, 먼 곳을 향한 시선,
그곳에는 어떤 말도, 명령도, 눈치도 없었다.

궁전은 화려했지만, 규칙으로 가득했고,
왕자는 따뜻했지만, 꿈을 대신 꾸어줄 순 없었다.

그러니,
열두 시를 향해 시곗바늘이 가까워지던 그 순간,
신데렐라는 무엇을 떠올렸을까?
유리구두를 남겨야 했던 아쉬움?
왕자의 손을 놓아야 했던 두려움?

아니면—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였던 걸까.

마법은 현실이 아니기에,
그녀는 그것을 끝까지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현실로 돌아갔고,
그 속에서도 자기 삶의 무게를 다시 짊어졌다.
그건 약한 게 아니라, 강한 거였다.

우리가 동화를 끝까지 다 읽고서도
“신데렐라는 결국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한 문장으로 덮어버릴 때,
그 속에 감춰진 그녀의 목소리는 사라진다.
하지만 나는 믿고 싶다.
신데렐라가 진짜 원한 건,
누군가에게 구원받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열두 시는 마법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결국 그 시간 덕분에
진짜 자신을 기억해 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유리구두 하나만 남았을 때
그녀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내가 사라져도, 나를 기억할 수 있겠니?”

왕자가 그녀를 찾은 건 그 유리구두 덕분이 아니라,
그녀가 도망치던 순간 남긴 용기의 흔적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열두 시에 도망친 신데렐라는
비극의 주인공도, 로맨스의 여주인공도 아닌
자기 삶을 걸고 선택한 ‘용감한 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꿈꾼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아닌 순간에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삶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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