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구에서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에게 스쳐간 별처럼

by Helia

어린 시절, 별이 많은 밤하늘을 보며 자주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서울이라는 도시에, 어떤 아파트의 몇 층 방 안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이 작은 몸뚱이는, 그 어마어마한 우주의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이상한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몸이 점점 작아지고, 주변이 무한히 넓어지고, 나는 순식간에 우주의 티끌보다 작은 점이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
지구는 둥글다고 배웠지만, 그 둥근 행성 위에서 나는 단 한 번도 그 곡선을 느낀 적이 없었다.
지구의 표면은 평평하게만 보이고,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오늘’이라는 이름의 판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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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자주 길을 잃는다.
사람들 틈에서, 관계 속에서, 내 마음 안에서조차 길을 잃는다.
길을 잃은 존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다.

때로 나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잠시 머무는 '통과자'처럼 느껴진다.
이곳은 내가 완전히 속한 곳이 아니고, 어쩐지 모든 것이 잠깐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사람들과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상처받고, 다시 혼자 남는 반복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의미로 여기에 있는지를 자주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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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모든 존재를 껴안고 있다.
비가 내리면 우산을 씌워주지는 않지만, 젖는 모든 생명을 품는다.
바람이 분다고 나무를 고정해주진 않지만, 흔들리는 가지에 햇살을 내려준다.
지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듣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울 때도, 웃을 때도,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도.

나는 이 행성에서 무수한 생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외로울 수도 있고, 그래서 더 특별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자리를 가진다. 그러나 그 자리는 이름표처럼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조금씩 닳고 마모되고, 또렷해지고, 희미해지는 것 같다.
내 자리는 어딜까? 나는 이 지구에서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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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누군가가 위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다가, 한 점을 확대해서 나를 발견했다고.
그 누군가는 나를 어떤 존재로 볼까?

말수가 적고, 방 안에서 오래 머무르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고양이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걸 즐기지만 가끔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눈물이 나는 사람.
길을 걷다가 낙엽 하나에 발걸음을 멈추고,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 웃고, 어떤 노인의 뒷모습에 괜히 마음이 아린 사람.
가끔은 너무 많은 것을 느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품고 있어서 스스로를 놓쳐버리는 사람.
그렇다면 나는 지구에서, 그렇게 다정한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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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숨 쉴 공기와, 계절의 변화, 봄의 꽃들과 여름의 햇살, 가을의 낙엽과 겨울의 눈.
그리고 나를 알아주는 몇 사람들.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그만큼 치유받을 기회도 함께 주었다.
가끔은 너무 많은 고통이 밀려올 때, 이 지구가 나를 버린 건 아닐까 오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나를 이 존재로 만들어주는 하나의 재료였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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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있지만, 마음은 늘 하늘을 바라본다.
그것은 꿈일 수도 있고, 희망일 수도 있고, 아직 이루지 못한 어떤 가능성일 수도 있다.
지구에서의 삶은 '현실'이라는 이름의 중력을 가진다.
우리는 각자의 무게를 안고 걸어간다.
누군가는 사랑의 무게, 누군가는 상실의 무게, 누군가는 가족이라는 짐.
나 역시, 나만의 짐을 지고 이 땅을 걷고 있다.

그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면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구에서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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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누군가에게 잠깐 스쳐간 사람일 수도 있다.
한 번쯤 같이 웃고,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
힘들 때 위로가 되었던 낯선 사람.
한 장의 사진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얼굴.
사라진 뒤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작은 파문을 남기는 존재.

나는, 이 세상에서 작고 연약한 존재지만
그래서 오히려 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지구는 거대하고, 나는 미약하지만
그 미약함이 어떤 이의 하루를 밝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존재의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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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지금도 돌고 있다.
그 위에서 나는, 매일의 삶을 살아낸다.
완벽하지 않고, 늘 흔들리며, 때때로 무너지며,
그렇게 나로 살아간다.

나는 지구에서 어떤 존재일까?
아마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
스스로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눈동자 속에서 반짝였던
그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던 존재.

그런 존재로,
오늘도
지구라는 이 행성 위에서
한 사람의 생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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