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고 싶어서 더 아팠던 마음
밤마다 같은 생각을 되뇌게 된다.
도대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순간, 그 대답, 그 눈빛.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던 네 마음.
지금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네 말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
웃어야 할지, 다시 묻고 싶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그저 고개만 끄덕여야 했을지.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눈길만 피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수없이 많은 말들이 격돌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건지,
내가 눈치채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던 건 아닌지.
‘아무리 생각해도 네 속을 모르겠어.’
이 말은 수백 번을 돌고 돌아,
결국 내 마음 한가운데 머물렀다.
---
누군가와 오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많은 순간을 겪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전부 보이는 건 아니다.
차라리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
더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나 조용했고,
표정이 많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해도 “응” 하고 짧게 대답했지.
처음엔 그게 참 좋았다.
담담하고 부드러운 사람.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기에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조금씩 혼란스러워졌다.
너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표정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으니까.
네가 건네는 말보다
네가 하지 않은 말들이 더 크게 다가왔고,
나는 그 침묵 사이에서
자꾸만 내 마음을 뒤흔들게 되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건
의심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네가 편해지길 바랐고,
네가 나를 향해 문을 열어주길 바랐고,
조금씩, 천천히라도 네 마음을 알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너는 늘 한걸음 떨어져 있었다.
말을 아끼고, 표정을 숨기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조차
어디쯤 멈춰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너에게 가까워지고 싶었고,
네가 가진 마음에 닿고 싶었는데,
너는 늘 조심스럽고,
나는 그 조심스러움을
나를 향한 망설임으로 오해했다.
---
네가 나를 좋아했던 건지,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실 그보다 더 모호했던 건,
너 자신도 네 마음을 몰랐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묻는 말에
넌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아낀다기보다는
정리를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침묵을
혼자서 수백 번 해석했다.
‘좋아해서 그런 걸까?’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나는 그냥… 그 정도일까?’
확신 없는 해석만 반복되는 시간.
그 속에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
나는 표현하는 사람이다.
좋으면 좋다,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하지만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 감정을 나눌수록 가까워진다고 믿었고,
너는 감정을 보이지 않는 것이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믿었던 것 같다.
우리 둘은
서로가 익숙한 방식으로 마음을 주려 했고,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꾸만 엇갈렸다.
나는 그 엇갈림이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더 많은 말을 했고,
너는 그 말들이 부담스러웠던 거겠지.
---
아무리 생각해도
네 속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는 네 나름대로
나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표현이
내가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을 뿐.
나를 좋아했는지보다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는지가
지금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했던 대화들,
함께 걷던 길,
함께 마시던 커피,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너도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담았던 건 아닐까.
그건 너무 조용하고,
너무 미세해서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
어느 날 너는 말했다.
“나는 그냥 말로 하는 게 서툴러.
근데 너는 뭘 그렇게 자꾸 묻는 거야.”
그 말이
그땐 너무 서운했다.
나는 그저 너를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하지만 지금은 안다.
너는 질문보다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걸.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나는 늘 물었고,
너는 늘 대답을 피했다.
나는 그 피함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안다.
너는 그냥,
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답이 없는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
이해되지 않는 사람을
끝까지 이해하려 애썼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간이 다 지나고 나서
나는 조금 달라졌다.
사람의 마음이란
말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걸.
나는 아직도 너의 속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음이
나를 향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는
이제 단정할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이
사람 사이의 가장 현실적인 거리일지도 모른다.
‘알 수 없지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감정.
---
이제는 너를 억지로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
네가 말하지 않은 것들도
이제는 나의 방식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 시간의 온도,
함께 있던 공기,
그때 내 마음이 떨리던 감각.
그것들만 기억하기로 했다.
너를 사랑했고,
너를 알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감정으로
너를 향해 다가갔던 날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아무리 생각해도 네 속을 모르겠어.”
그 말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는 않는다.
이해하고 싶었고,
끝내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마음조차 진심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된 지금,
나는
조금은 너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