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이대로 포기할 것인가

틀리면 어때? 살아 있는 언어는 완벽하지 않아

by Helia

가끔은 생각한다.
도대체 내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영어에 쫓기며 살아왔을까.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 학원에서 외우던 단어장, "This is a pen"으로 시작된 문장의 행렬들.
열 번 쓰고 백 번 읽으며 달달 외우던 시절이 지나, 우리는 어느 순간 깨닫는다.
“이 정도로는 안 되겠구나.”
그래서 다시 문법책을 사고, 회화 앱을 깔고, 넷플릭스를 자막 없이 보려다 10분 만에 자막을 켠다.
그리고 결심한다. “이번엔 진짜 다시 시작이야.”
하지만 며칠 뒤, 또다시 책상 위에 내려앉는 침묵.
그리고 속삭인다. “그냥 안 하고 말지, 뭐.”

그렇다.
영어공부는 평생의 숙제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도망쳐도 다시 만나는 불청객.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이 불청객을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정말 영어공부, 이대로 포기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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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는 이제 ‘스펙’이 아니다

예전엔 영어를 잘하면 입사에 유리하고, 승진이 빠르고, 유학이 수월했다.
그러나 이제 영어는 선택이 아닌 ‘기본값’에 가까워졌다.
전 세계 대부분의 기술 문서, 논문, 계약서, 최신 정보가 영어로 먼저 발행된다.
이제 영어를 안 하면, 정보 접근 자체가 늦어진다.

영어를 잘해야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영어를 못하면 ‘뒤처지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영어를 모르면 유튜브 영상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AI 툴이나 소프트웨어도 온전히 활용할 수 없다.
심지어 한국에서조차 취미와 업무의 영역이 영어 기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책 한 권 출판하려 해도, POD 인쇄 플랫폼의 절반은 영어로 되어 있다.
창작자에게 영어는 이제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하나의 도구이자,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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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시작만 반복’ 한 것이다

우리가 영어공부를 ‘실패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다.
꾸준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5시간씩 공부하다 며칠 만에 지쳐버리기.
유튜브 보고, 인스타 영어 계정 저장해 놓고 열어보지 않기.
‘언젠가 여행 갈 때 써먹자’며 공부 계획 세우고 미루기.

이런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는다.
“나는 영어랑 안 맞아.”
“나는 언어감각이 없어.”
“나는 이미 늦었어.”

하지만 언어는 감각이 아니라 노출의 양으로 습득된다.
‘어휘력이 좋다’는 건 재능이 아니라, 반복의 누적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내가 영어공부를 포기한 게 아니라,
단지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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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왜 영어 앞에서 작아지는가

어쩌면 영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우리가 자존감을 잃기 쉬운 거울이기도 하다.

발음이 틀리면 창피하고,
문법이 틀리면 무식해 보일까 봐 말을 아낀다.
"Can I speak English?"가 아니라
"Am I allowed to fail?"이라는 감정에 가까운 질문.

하지만 아이들은 문법을 몰라도 말을 배운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하든 전해지기를 기대하며 말한다.

우리는 언젠가,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을 잃은 뒤로
영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숨기기 시작했다.

영어를 다시 배우려면,
먼저 ‘나를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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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어, ‘잘하려고’ 말고 ‘살려고’ 하자

누군가는 미국 드라마를 보며 영어를 익혔고,
누군가는 해외 브랜드의 제품 설명서를 읽다가 자연스럽게 단어를 익혔다.
또 누군가는 영어로 일기 쓰며 감정을 정리하고,
어떤 사람은 영어 유튜브 댓글로 타인과 연결된다.

‘잘하기 위해’ 시작한 사람보다,
‘필요해서’ 혹은 ‘재밌어서’ 시작한 사람이
훨씬 더 오래간다.

그러니 다시 묻자.
영어를 왜 배우려 하는가?
스펙을 쌓기 위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아니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동기는 강요가 아니라 의미의 발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사람은 재미와 의미가 있는 곳으로, 결국 다시 오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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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작고 확실한 방법들

‘이번엔 정말 시작하자’는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다.
필요한 건 작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다.

1일 1 문장, 내 감정을 영어로 써보기
예: I feel blank today. Like a sky without any clouds or colors.
단어가 없어도, 틀려도 괜찮다. 느낌이 먼저다.

좋아하는 유튜브 영상에 영어 자막 켜고, 따라 말하기
내용을 아는 영상일수록 효과적이다.
입을 열어보는 연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 번역기 활용하기 (DeepL, ChatGPT 등)
내가 쓴 문장을 영어로 바꿔보고,
그 번역을 내가 다시 바꾸는 연습을 하다 보면
표현력과 어휘력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영어책을 ‘읽으려 하지 말고, 스캔하듯 느껴보기’
모든 단어를 해석하려 하지 말고,
문장의 감정, 분위기, 구조를 그림처럼 받아들이기.
언어를 문장이 아닌 호흡으로 느끼는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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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포기해도 괜찮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

누군가는 영어를 놓고도 잘 살아간다.
그 선택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처럼,
‘그래도 언젠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영어공부를 포기하는 건,
영어가 나를 포기한 게 아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려는 순간일 뿐이다.

오늘, 단어 하나라도 외워보자.
단어가 아니어도 좋다.
I’m still learning.
이 말 한 줄을 중얼거리며, 오늘을 살아보자.

우리의 영어는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미완성이라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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