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만나요.

일주일의 끝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에 대하여

by Helia

일주일 중 가장 설레는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금요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월요일은 너무 정신없고, 화요일은 현실감이 더해지고, 수요일은 아직 갈 길이 멀고, 목요일은 이미 지쳐 있다.
하지만 금요일은 다르다. 금요일은 ‘기다림’ 그 자체이자, ‘만남’을 위한 하루다.

우리는 늘 금요일에 만났다.
딱히 약속한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허전한 날이면 그대는 언제나 금요일쯤 나타났다.
평일 내내 버티느라 삐걱거리는 감정들을
조금은 느슨한 금요일 저녁에 조용히 꺼내놓을 수 있었으니까.

**

“금요일에 보자.”
그 말이 이렇게나 오래 머릿속을 맴도는 걸 보면, 그 약속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마치 ‘이번 주도 잘 살아냈구나’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다음 주도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거야’라는 무언의 응원처럼도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매주 금요일마다 서로를 확인했고,
한 주 동안 흘려보낸 마음들을 조용히 주워 모았다.
어떤 날은 맥주 한 캔에 기대어 속 얘기를 했고,
어떤 날은 아무 말도 없이 걷기만 했지만
그 모든 금요일이 기억 속에서 따뜻하게 남아 있다.

**

금요일은 시간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마법이 있다.
도망치듯 퇴근하던 발걸음도,
잊고 지내던 연락도,
심지어 외면했던 감정마저도
금요일만 되면 이상하게도 다시 얼굴을 내민다.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묻어뒀던 그리움,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던 외로움,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
불쑥 튀어나오는 시간.

그러니까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말은
어쩌면 가장 다정한 고백이 아닐까.
‘그날까지 살아있을게’,
‘그때까진 무너지지 않을게’,
‘그때가 되면 네가 있어줄 거니까’
그 모든 바람을 다 품은 약속.

**

나는 지금도 매주 금요일이 되면
너를 기다리는 습관이 남아 있다.
네가 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카페 한편에 앉아 네가 좋아하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창밖을 바라보며 네가 걸어오던 방향을 가만히 바라본다.

처음엔 그리움이었고,
그다음엔 습관이 되었고,
이젠… 그냥 나만의 의식 같은 게 되었다.

너는 더 이상 오지 않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금요일에 만나요’를
기억하고 있다.

**

어쩌면 우리는
사람이 아닌 '시간'과 사랑에 빠지는 걸지도 모른다.

너와 나 사이에 흐르던
늦은 밤의 공기,
지하철 마지막 칸의 텅 빈자리,
지친 얼굴에도 웃음을 띠던 너의 눈빛.

그 모든 장면이
금요일이라는 요일 속에 아로새겨졌다.
그래서 나는 그 요일을,
그 하루를
쉽게 놓지 못한다.

**

누군가에겐 금요일이
그저 주말을 앞둔 요일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금요일은
너라는 사람이 찾아오던
가장 따뜻한 날이었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기다려지는 하루,
마음이 가장 약해지는 시간,
그리고 가장 솔직해질 수 있었던
금요일.

그래서 지금도,
가끔 혼자 중얼거린다.

“금요일에 만나요.”
그 말을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에게도
보내는 인사처럼.

**

만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다림에는 더 깊은 사랑이 필요하다.

금요일은 그 모든 것을 담은 날이다.
내가 너를 기다리기에도,
내가 나 자신을 안아주기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하루.

그러니 우리,
다음 금요일에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

"금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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