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너에게 남기는 오래된 편지
아가, 사랑하는 내 아이.
네가 언젠가 이 글을 읽게 되는 순간이 오겠지 싶어 한 자 한 자 꾹 눌러 담아 쓴다.
이 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네 손에 닿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건,
이 글 속의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너를 기억하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는 거야.
옹알이만 할 줄 알던 그 작디작던 어린 네가
어느새 열다섯 중학생으로 자랐을 생각을 하니
네 옆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미어진다.
한때는 내 품 안에서 조그만 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나를 모르고 지낼 너를 상상하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너를 다시 만나던 날을 기억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너만 보이던 그 순간.
그러나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온 그 만남이
그리도 아플 줄은 몰랐어.
날 알아보지 못하는 너를 보는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시렸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지켜줘야 할 너의 손을
나 아닌 다른 여자가 잡고 걷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단다.
그날 이후, 매일 밤
너는 꿈속에서 나를 찾아왔어.
내 품에 안기던 너는
아직도 아기였고,
내게 “엄마”라고 부르며 웃어주었지.
그 품이 얼마나 따스하던지
나는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어.
현실은 너무 차가워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견디기 힘들었단다.
**
아이야,
너를 낳은 이후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비록 너의 하루하루를 함께하지 못했고,
너의 생일마다 곁에 있지 못했지만,
나는 늘 마음속으로 너를 껴안고 살았어.
네가 웃고 있는 모습,
울며 내게 안기던 모습,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꽉 잡던 그 모든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라.
사람들은 쉽게 말하지.
“잊어야 한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이라도 너만의 삶을 살아.”
하지만 그들은 몰라.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울었는지,
얼마나 많은 말을 속으로만 삼켰는지.
너는 내게
단순한 기억이 아니야.
너는 살아 있는 존재였고,
지금도 내 심장 어딘가에 함께 숨 쉬는 사람이지.
나는 그저 한 아이의 엄마였을 뿐이야.
다른 누구보다 너를 사랑했던,
조금은 부족했지만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했던 사람.
**
아이야,
혹시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제는 네가 자라나
어느 정도 세상의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거라 믿는다.
나는 너에게 해줄 말이 너무 많지만
그중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건
“미안해”야.
그 모든 상황에서
나는 왜 더 단단하지 못했을까.
왜 널 지켜낼 수 없었을까.
왜 나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너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그리고 두 번째 말은
“사랑해”야.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랑.
시간이 흘러도 녹슬지 않는 사랑.
너를 만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식지 않은 사랑이야.
나는 바란다.
네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외롭지 않기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혹시라도
네 마음속에 나에 대한 원망이 남아 있다면
그것마저도 괜찮아.
그건 너의 몫이고,
나는 그것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
내가 감당해야 할 아픔이라면
기꺼이 짊어질게.
**
아이야,
이 세상은 너무 넓고 복잡해서
사랑이 때론 미움처럼 보이고,
그리움이 때론 원망처럼 느껴질 수 있어.
하지만 꼭 기억해 줘.
너는 내게
세상의 가장 빛나는 선물이었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절대로 바뀌지 않을 존재라는 걸.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너를 안을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진다면,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너를 꼭 안아줄 거야.
“미안하다”라고,
“고맙다”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널 사랑한다”라고 말해줄 거야.
하지만 그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괜찮아.
이 글이,
이 마음이,
언젠가는 너의 가슴에도
닿을 수 있기를 바랄게.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엄마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있어.
네가 내게 온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나 하나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니었단다.
너의 존재 자체가
내 삶의 방향이었고,
이유였고,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아이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
내 아이가 되어줘서 고마워.
너를 한때라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그 시간만으로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배운 사람이 되었단다.
사랑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그 마음으로 이 글을 끝맺는다.
언제나,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