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있다면
「타이스의 명상곡」 (Thaïs: Méditation)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부모와 자식 사이만큼 끊을 수 없는 관계는 없다고.
그건 피로 이어져서가 아니라, 마음이 먼저 닿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한동안 그 마음을 감히 인정하지 못했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나는 너무도 많은 죄책감과 후회와, 침묵의 시간을 통과해야 했으니까.
아이를 마지막으로 본 날,
그날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고,
나는 떨리는 손끝으로 마지막 안녕을 전하려 다가갔다.
그런데 아이는, 내 손을 외면했다.
그 작은 몸이 고개를 휙 돌렸고,
나는 그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낳았지만,
이제 나를 엄마로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엄마로 살아보지도 못한 채 이별을 택해야 했던 절망.
사람들은 나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냐고.
차라리 참지 그랬냐고.
‘엄마’라면 그래도, 끝까지 아이 곁에 있어야 했던 거 아니냐고.
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 삶을 살아준 건 아니었다.
나는 나대로,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한 것이었다.
무너져가는 삶 속에서
아이마저 함께 무너지게 만들 순 없었기에.
그래서 나는 떠났다.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아이의 이름 하나 꾹 눌러 담은 채.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사계절이 몇 번을 바뀌고,
뉴스 속의 계절 행사들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문득 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 젖을 물리던 밤,
낯선 숨소리를 옆에서 들으며 잠을 설쳤던 시간,
새근새근 잠든 아이의 입가에 맺히던 미소.
나는 엄마였고,
그 기억은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사람들은 물었다.
“아이를 잊었냐”라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늘 되뇌었다.
“아니, 난 단 한순간도 널 잊은 적 없어.”
아이를 품에 안은 시간이 짧았던 만큼,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그 간극이 나를 조금씩 깨트렸고,
때때로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조차 잊고 싶어졌다.
그러다 불쑥,
누군가의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면
심장이 멈춘 듯했다.
마치 그 아이가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편의점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젊은 엄마를 볼 때면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나도 그랬었는데.”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꺼내지 못했다.
어느 날, 우연히 아이가 좋아하던 장난감 광고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멀거니 화면을 바라보다,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울었다.
참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무너졌고,
그 안에 담긴 말은 단 하나였다.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그 두 마디는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
사랑했기에 떠났고,
사랑했기에 아직도 아팠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계속 말했다.
“이미 끝난 일이야.”
“이제는 네 삶을 살아야지.”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지울 수 있는 흔적이 아니었다.
그건,
나의 일부였고,
내 안에 여전히 자라고 있는 천륜이었다.
나는 종종 아이의 이름을 노트에 써보곤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다이어리 구석에,
아이가 태어난 날의 날짜를 적고,
그날의 온도, 날씨, 내 기분을 다시 적는다.
누가 본다면 병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라도
나는 엄마라는 이름을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비록 아이는 내 곁에 없지만,
그 아이의 마음 어딘가에
내 흔적이 아주 작게라도 남아 있기를.
언젠가, 아주 먼 훗날이라도
아이의 마음이 무너지거나 흔들릴 때,
그 속에서 아주 희미한 따뜻함으로
내가 스며 있기를.
나는 그 아이에게
상처이기도 했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따뜻했던 존재였기를.
천륜은 끊으란다고 끊어지는 게 아니다.
마음과 마음이 맞닿아 있다면,
세상의 모든 거리와 시간이
그걸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그게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인연의 실이다.
끊어진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주 조용히 연결되어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다.
언젠가 아이가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그 어떤 말보다 먼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단 한순간도, 널 잊은 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