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더 선명한, 꿈의 가장 안쪽에 숨겨진 진심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
나는 묘한 두려움과 동시에 슬픔을 느꼈다.
그 감정은 현실보다 더 생생했고,
깨고 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우리는 가끔 묻는다.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하지만 더 낯선 질문도 있다.
"그건, 꿈속의 꿈이었을까?"
그 질문이 떠오른 어느 새벽, 나는 처음으로 '몽중몽(夢中夢)'이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몽중몽.
한자의 구조마저도 다소 몽롱하게 다가오는 이 말은,
꿈을 꾼 줄 알았는데, 사실 그 꿈조차 또 다른 꿈의 일부였다는 뜻이다.
낯설고도 익숙하며, 어딘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던 그 감각.
나는 그 감정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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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깨어났을 때, 우리는 종종 안도한다.
“아, 다행이다. 꿈이었네.”
하지만 간혹, 꿈에서 또 한 번 깨어났을 때
그제야 첫 번째 꿈조차 진짜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럴 땐 이상하게도, 무서운 게 아니라 서글프다.
그 안에서 마주했던 사람, 나눴던 대화, 느꼈던 사랑과 외로움까지도
전부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상실감이 온몸을 덮치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밤이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오랜만에 그 사람을 만났다.
벌써 세상을 떠난 사람,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
꿈속의 그는 여전히 따뜻했고, 웃었고, 내 이름을 불렀다.
“잘 지냈어?”
그 한마디에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함께 손을 잡고 걸었고, 웃었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건 꿈일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 문득
그가 내게 물었다.
“이게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있고 싶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있는 이곳에 조금 더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또다시 잠에서 깼다.
그제야 방금의 장면들이, 전부 ‘몽중몽’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생각했다.
우리가 사랑했던 순간들,
지나간 추억들,
놓아야만 했던 사람들—
혹시 그들도 ‘몽중몽’처럼
현실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꿈속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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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몽’은 단순한 환상이나 착각의 개념을 넘어
삶과 기억,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고 살아가는가.
매일 아침 눈을 떠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 현실조차 또 다른 거대한 꿈의 일부라면?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반복되는 일상과 선택이
사실은 누군가의 무의식 속 시뮬레이션이라면?
이런 질문들은 얼핏 공상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감정과 인식에 깊게 닿아 있다.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국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
잊히지 않는 장면,
계속해서 되풀이되는 후회—
이런 것들은 모두 꿈속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얼굴들이기도 하다.
몽중몽은 우리에게 말한다.
“기억은 꿈을 닮아 있고,
마음속 진실은 언제나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잊은 줄 알았던 감정을 꿈속에서 다시 만나고
놓은 줄 알았던 사람을 꿈속에서 다시 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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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그리고 꿈속의 나는 대체로 말이 많고 감정이 풍부하다.
현실의 나는 조용하고 조심스럽지만,
꿈속의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울고 웃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꿈속에서 또 한 번 꿈을 꾸게 되었을 때,
나는 마음이 무너진다.
이제야 솔직해졌는데,
그 솔직함조차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아프다.
몽중몽이 무서운 건
그게 진짜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꿈속에서 만난 얼굴이 진짜였으면,
그 손을 잡았던 감각이 현실이었으면,
그리고 그 대화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그렇게, 꿈속에 머무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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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꿈속의 꿈속의 꿈, 다층적인 무의식의 세계.
마지막 장면, 도는 팽이가 멈췄는지 아닌지 모른 채
흑화면으로 전환되는 그 엔딩처럼
우리 삶도 가끔은 팽이처럼 흔들리고, 기울고, 멈추지 않는다.
몽중몽은 바로 그런 순간을 품고 있다.
진실과 허구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감정의 미로’.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잊지 못한 얼굴들과 다시 만나고
말하지 못했던 말을 조심스레 꺼내며
끝내하지 못했던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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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몽을 아시나요?
그건 단지 ‘한 겹 더 깊은 꿈’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가장 진심을 담았던 장면,
가장 후회로 남은 순간,
가장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형태를 바꿔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는 뜻이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오늘 밤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당신이 정말로 사랑했던 무언가가
다시 한번 당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
꿈의 얼굴을 빌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당신은 묻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