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흐른다
요한 파헬벨 – “Canon in D” (파헬벨의 캐논)
나는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쯤을 살아왔지만, 그 절반 동안 참 많은 말을 들었다.
열심히 살아라, 참아야 한다, 때가 되면 된다, 지금은 네가 참고 견뎌야 할 때다.
그 말들은 언뜻 그럴듯했고, 때론 다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점점 멀어졌고, 하고 싶은 건 자꾸만 뒤로 밀렸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말은
때론 무책임해 보이고, 현실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 안에서만큼은 가장 오래 머무는 문장이기도 하다.
왜냐면 나, 정말 많이 참고 살아왔거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몇 번이고 접어뒀고,
말하고 싶었던 마음을 꾹꾹 눌러왔고,
가고 싶었던 길 앞에서 돌아서기를 수십 번.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모이고 쌓여,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조차 잊어버릴 뻔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만약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처음엔 웃었다. 무슨 마지막 날이냐고, 아직 할 일도 많은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할 일’이라는 게 대부분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해야만 하는 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일,
그래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만든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숨겨둔 진짜 나의 욕망은
점점 작아져만 갔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누군가에겐 너무도 사치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시간, 돈, 여유, 체력, 상황, 관계.
걸림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나도 그랬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이건 내 역할이 아니야.”
“이미 늦었어.”
그렇게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을 ‘나중에’로 미뤄왔다.
그런데 말이다.
그 나중이 정말로 올까?
내가 아끼던 어떤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건 이미 지금이 가장 빠른 때야.”
그러고 보면 우리는 너무 많이 계산한다.
이걸 하면 손해일까?
남들이 뭐라고 할까?
욕먹지 않을까?
망하지 않을까?
창피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고민이 현실적이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도
시간은 도도하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해볼걸 그랬어’라는 후회 하나가
인생의 가장 큰 무게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이제부터는 망설이는 시간만큼이라도
하고 싶은 일에 쓰기로.
누가 알아줄지 몰라도
혼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플랫폼에서
하루 열 명이 볼까 말까 한 글을
밤마다 조용히 써나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한 사람이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작가님, 글 보고 울었어요. 고맙습니다.”
그 짧은 문장 하나가
내 안의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그게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도 있구나.’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 날엔 누군가의 고단한 하루를 감싸기도 한다.
그럴 땐 문득,
살아있다는 게 참 감사해진다.
물론 아직도 두렵다.
내 선택이 늘 정답일 순 없다.
실패할 수도 있고,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후회는 안 남는다.
그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망가져도 좋다.
상처받아도 좋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차피 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니까.
이제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살아가려 한다.
세상이 빠르다고 해서
나까지 허겁지겁 달릴 필요는 없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걸어도 좋고, 뛰어도 좋고,
잠시 멈춰서도 괜찮다.
다만 한 가지,
남의 시선에 눌려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한 번뿐인 인생.
당신은 어떤 페이지를 남기고 싶은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단 하나라도 해보기를.
그게 오늘의 당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