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장| 네가 말한 사랑이 이거였니

진짜 사랑은, 내가 나다울 수 있게 해

by Helia

클래식 추천곡:

Samuel Barber – Adagio for Strings, Op.11


말뿐인 사랑이었다.
한때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믿었다.
“사랑해”라는 말이 쉽게 오가고, “언제나 널 아껴”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붙어 다녔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말보다 행동에서 증명돼야 한다는 걸…
나는 너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됐다.

너는 늘 말했다.
넌 특별하다고, 너만큼 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고.
그러면서도 네가 한 일은, 참 별로였어.
오히려, 너의 말과 행동이 어긋날 때마다 나는 그 틈에 쓸쓸하게 갇혀버리곤 했다.

너와 함께 있을 땐, 내가 늘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더 이해심 깊어야 했고, 더 참아야 했고, 더 잘해야 했다.
그러는 너는?
가진 것도, 내게 내민 것도 없으면서 늘 '네 방식의 사랑'을 강요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꼭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름대로 널 많이 사랑한 거야."
그래, 그게 네가 말한 사랑이었겠지.
하지만 내겐,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처음엔 내가 이상한 줄 알았어.
왜 자꾸 서운한 건지, 왜 괜히 눈물이 나는 건지.
감정을 표현하면 감정적인 사람 취급을 당했고,
불편함을 말하면 예민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 조용해지는 법을 익혔다.
말을 줄이고, 표정을 감추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그건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나는 나를 원망했다.
왜 난 사랑을 잘 못하나, 왜 이 정도로도 만족을 못하나.
그렇게 점점 작아졌다.
작아지고, 더 작아져서, 결국 너의 그늘에 눌려 자존이 사라진 줄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란 건 누군가를 찌그러지게 만들지 않아.
사랑이란 건 자꾸자꾸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게 아니야.
사랑은 다정해야 하고, 배려가 있어야 하고, 따뜻해야 해.
적어도 나에게 사랑이란, 그런 거였어.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은
‘너 때문에 내가 이런 사람이 됐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
그건 사랑이 아니라, 감정의 인질극이니까.
나는 네가 아니라, 나답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넌 그런 내 모습을 늘 견디지 못했지.

이젠 나도 말할 수 있어.
“네가 말한 사랑이 이거였니?
그럼 난,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린 자기애였고,
네가 사랑한 건 ‘나’라는 사람이 아니라
네 말에 고개 끄덕이고, 너의 무심함을 견디는 ‘누군가’였을 뿐이야.

아니, 나…
그런 사랑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말한 적 있었지.
그땐 몰랐지만, 정말이지…
나는 나를 돌보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몰랐던 사람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알아.
사랑은 말만 번지르르한 감정이 아니야.
말이 필요할 때는 말하되, 그보다 더 중요하게
행동으로 지켜낼 줄 아는 마음이어야 해.
진심은 꾸며지지 않고, 배려는 강요되지 않으며,
사랑은 내가 나다울 수 있게 해주는 감정이어야 해.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모든 말을 벗어나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야.

그게 진짜 사랑이란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