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불타는 가문

by Helia

그 눈빛은, 오래전 불길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던 바로 그 시선이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불꽃은 밤하늘을 물어뜯듯 치솟았고, 연기는 숨통을 조이듯 목을 막았다. 기와는 타들어가며 무너졌고, 바람은 불씨를 들고 마을을 가르며 달렸다. 사람들의 비명과 무너지는 처마의 쾅하는 소리가 뒤엉켰다.

현조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손끝까지 번져온 뜨거움이 이미 살갗을 태우고 있었다. 등 뒤로, 붉게 타오르는 깃발이 무너져 내렸다. 몇 대를 이어온 가문의 상징이 재로 변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불꽃을 뚫고 다가오는 한 여인의 모습.
하랑이었다.
연기 속에서도 그녀의 눈동자는 뚜렷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곧음과, 무언가를 결심한 빛.
“현조, 부디 살아남으시오.”
떨림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숨겨진 두려움은 피할 수 없었다.

현조는 손을 뻗었다.
그러나 불길이 그들 사이를 갈랐다. 화염이 그녀의 치맛자락을 스치며 번졌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모든 걸 내던진 듯, 한 걸음씩 불길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처마가 무너졌다. 현조는 몸을 날려 벽을 넘어섰다. 귀를 찢는 폭음, 눈부신 번쩍임, 그리고 모든 빛과 소리가 끊겼다.

세현은 갑작스러운 심장 박동에 숨이 막혀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지만, 온몸에 전투 직후처럼 땀이 흘렀다.
‘하랑…?’
분명 낯선 이름인데, 이상하게도 심장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물 한 모금을 삼키듯 숨을 고르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 순간, 거리 건너 카페 안에서 한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 눈동자가 세현의 시선을 붙잡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주변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그 시선—전생의 불길 속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바라보던 하랑의 눈빛과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세현은 알았다.
그녀가 누구인지, 아직 기억하지 못해도.
그리고 깨달았다.
그 눈빛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