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당신이어서
추천 클래식
Frédéric Chopin – Nocturne Op. 27 No. 2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왜 그 사람이어야 했는지, 왜 그때였는지, 왜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가는지.
그 질문의 답은, 항상 조금 늦게, 조금 엉뚱하게 찾아온다.
첫눈에 반한 날이 있었다.
비 내리던 오후, 우산 끝에 맺힌 물방울 너머로 웃는 얼굴.
그 미소에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저 그 순간, 그 사람이 전부였다.
어떤 사랑은 오랜 시간을 거쳐 스며든다.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는 인사, 커피를 건네는 손길,
작은 농담에 터지는 웃음.
그렇게 쌓이다 보니, 함께 있는 시간이 내 하루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사랑의 이유는 ‘그 사람과 있을 때 더 좋은 내가 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첫사랑의 이유는 설렘이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의 심장 박동,
걸어가며 나란히 맞춘 발걸음,
아무 말 없이도 전해지던 온기.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별의 이유가 찾아왔고, 그 뒤로 한동안 사랑할 이유를 잃었다.
다시 사랑을 시작한 건, 한참 뒤였다.
조용히 웃는 습관, 불필요한 말 대신 건네는 배려,
함께 있어도 편안한 침묵.
그 사람은 내 마음의 문을 서두르지 않고 열었다.
그 순간, 이유는 분명해졌다.
‘이 사람과 함께 걷는 내 모습이 좋다.’
사랑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외로움이 이유일 때도 있고,
함께 웃고 싶은 마음이 이유일 때도 있다.
누군가는 나를 지켜주는 눈빛 때문에,
누군가는 나를 바라봐주는 한마디 때문에 사랑한다.
그 이유는 관계의 변화를 따라간다.
연인일 때는 하루를 설레게 하는 이유였고,
함께 산 세월이 길어지면 지켜야 할 이유가 된다.
아침에 건네는 커피 한 잔,
비 오는 날 같이 쓰는 우산,
늦은 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
사소한 일상이 사랑의 이유가 된다.
사랑이 식어가는 순간에도 이유는 남는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마음의 흔적,
함께 보낸 계절의 냄새,
헤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장면들.
그것들이 모여, 여전히 그 사람을 기억하게 만든다.
당신은 왜 사랑을 하나.
첫눈에 빠진 적이 있는가,
아니면 천천히 스며든 사랑을 하고 있는가.
혹은 지금, 이유를 잃어버린 사랑을 붙잡고 있는가.
그 답은 나 말고, 당신만이 알 수 있다.
나는 사랑을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냥, 당신이어서.”
설명이 필요 없는 그 한마디가, 내가 아는 사랑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