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거짓의 그림자 속에서 지킨 등불

by Helia

나는 세 번 속았다.
세 번 모두, 이유는 같았다.
믿었기 때문이다.

거짓은 늘 부드러운 손길로 다가왔다.
마치 막 구운 빵에서 나는 고소한 향처럼,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온기를 품고.
그 안에 숨은 가시는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손바닥 속에 박힌 채,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파고든다.
피가 배어 나올 즈음에야, 그것이 가시였음을 깨닫는다.

첫 번째는 오래된 친구였다.
밤새 나누었던 이야기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꺼져 있었고, 내 뒷모습을 모른 척 지나치던 그의 눈에는 차가운 유리 조각이 박혀 있었다.
나는 그날 이후, ‘평생’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지 알게 됐다.
두 번째는 일터에서였다.
회의실의 하얀 조명이, 누군가의 웃음 뒤에 숨은 칼날을 환하게 비추었다.
겉으로는 “괜찮다”를 말하는 입술이, 내 몫을 조용히 잘라내고 있었다.
마지막은… 나 자신이었다.
버티기 힘든 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 웃을 수 있는 척했다.
그 척들이 쌓여,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 되었다.

속임은 단번에 무너뜨리지 않는다.
물처럼 스며든다.
서랍 속 오래된 편지처럼, 잊은 줄 알았던 것이 불쑥 펼쳐져 마음을 덮친다.
그리고 그 안의 문장들은 잉크 냄새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세상은 무대와 같다.
전면에는 화려한 장치와 빛, 완벽한 대사와 동작이 있다.
그러나 무대 뒤편, 조명이 닿지 않는 곳에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거기서 웃음은 절반만 진짜고, 나머지는 흉내다.
나는 그 무대 뒤의 침묵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거짓이 세상을 덮어도, 나는 나를 덮지 않으려 했다.
무너짐은 속임의 결과가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 있었다.
바람이 몰아쳐도,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처럼.
가지가 휘고 잎이 떨어져도, 그 자리에 버텼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했다.
“세상은 원래 그래. 조금은 속고 속이며 살아야지.”
그 말은 나를 더 외롭게 했다.
속임이 당연해지는 순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의심이 먼저 자리 잡고, 믿음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런 세상에서 진심은 설 자리를 잃는다.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붙잡는 일이다.
속임이 길을 흐리면, 믿음은 작은 등불을 켠다.
바람에 흔들려도, 완전히 꺼지지 않는다.
두 손으로 감싸고 가슴속에 옮겨 심으면, 오래 타오른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는 너를 속이지 않았는가?”
대답은 부끄럽게도 ‘그렇다’였다.
남의 거짓만 원망하면서, 내 안의 진실을 외면한 적이 있었다.
버틸 수 없을 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거울 앞에 섰고, 그 거울 속의 나는 더 이상 나를 닮지 않았다.

진실은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속삭임, 혹은 침묵 속에 숨어 있다.
그 목소리를 들으려면 세상의 소란에서 물러나야 한다.
나는 등불을 품고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서, 믿어야 할 목소리를 찾았다.

속임은 여전히 내 주변을 서성인다.
거리의 광고판 속 과장된 문구, 조건을 거는 목소리, 웃음 속에 숨은 날카로움.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속임의 그림자는 빛을 잃은 곳에서 자란다는 것을.
빛을 지키려면, 내가 빛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믿고 싶은 것을 믿겠다.
그 믿음이 또다시 나를 속이더라도, 그 길을 선택하겠다.
믿음은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일으켜 세운다.

나는 알 것이다.
언젠가 또 속을 것이고, 상처는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속이지 않겠다.
그것이 내가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니까.

세상은 수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웃음, 눈물, 가면, 그리고 침묵.
나는 그 얼굴 뒤의 진실을 모두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는 끝내 나를 속이지 않으리.
그 다짐이,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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