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미쳐야만 할 수 있는 선택

무덤과 천국 사이, 그 기묘한 동맹

by Helia

결혼은 미친 짓이다. 그러나 인간은 끝내 그 미친 선택을 한다. 연애는 환상이다. 햇살이 비치는 오후 카페에서 마주 잡은 손끝, 첫 여행의 설렘,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며 영원할 거라 믿는 순간, 연애는 두 사람만의 작은 우주이자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달콤한 환상이다. 그러나 결혼은 그 우주를 닫고, 거대한 현실이라는 대륙 위로 내던져지는 일이다. 연애가 짧은 꿈이라면, 결혼은 끝을 알 수 없는 항해다. 사람들은 말한다, 둘이 좋아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결혼은 결코 둘만의 일이 아니다. 손을 잡는 순간부터 두 집안의 그림자가 함께 들어오고, 부모와 친척, 사회적 기대와 관습이 얽히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곧 가족의 역사 속에 편입된다. 결혼은 연애의 종착지가 아니라 양가가 얽히는 장대한 서막이다.

연애 시절에는 사랑이 전부라고 믿는다. 하지만 결혼 후 첫 달의 카드 명세서를 받아 드는 순간 환상은 무너진다. 생활비, 대출, 각종 공과금, 명절 선물비가 쏟아지고, 돈 문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부부를 시험한다. 냉장고 속 반찬이 떨어지면 불평이 쏟아지고, 월급날이 지연되면 불안이 고조된다. 연애할 때는 귀엽던 습관이 결혼 생활에서는 다툼의 불씨가 된다. 양말을 뒤집어 벗는 버릇, 치약을 아무 데나 짜는 습관, 식탁 위에 올려둔 휴대폰 하나가 싸움의 원인이 되고, 그 사소한 차이가 쌓여 언젠가 거대한 균열로 번진다. 사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사랑만으로는 숨조차 쉬기 힘든 현실 앞에 속수무책이다.

결혼이 오래가기 위해서는 냉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비슷한 수준과 가치관, 닮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야 한다. 격차가 큰 환경 속에서는 결국 한쪽이 지쳐버리고 만다. 사회는 겉으로는 사랑의 힘을 노래하지만, 속으로는 안다. 결혼이란 두 집안의 문화와 두 사람의 배경이 얽히는 일이기에 닮은 듯 비슷해야만 버틸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처럼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오래 산다’는 말을 반복한다.

결혼은 매일이 작은 전쟁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다름을 날마다 마주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불을 켜는지 끄는지,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어떤지, 세세한 일상이 부딪히며 갈등을 낳는다. 어떤 날은 숟가락 하나의 방향 때문에 언성이 높아지고, 또 어떤 날은 양가 문제로 깊은 상처가 남는다. 그러나 그 전쟁 같은 날들을 지나며 두 사람은 서서히 ‘부부’라는 이름에 가까워진다.

결혼은 무덤이라고들 한다. 또 누군가는 결혼을 천국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제의 결혼은 그 둘 사이 어딘가다. 무덤처럼 답답한 날이 있는가 하면, 천국처럼 따뜻한 날도 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으로 기울더라도 서로 손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결혼이라는 기묘한 동맹이다.

이토록 무모하고 힘든데도 사람들은 왜 결혼을 택할까. 아마도 인생이라는 긴 항해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등을 맞대고 버틸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 그것이 사람을 결혼으로 이끈다. 결혼은 연애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환상이 사라진 자리에 생생한 현실이 놓이고, 그 현실 속에서 다시 작은 환상이 싹트기도 한다. 두 사람의 시간이 겹치며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은 사회의 한 부분이 된다. 결혼은 개인의 서사가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지점이며, 그래서 무모하면서도 불가피하다.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 그러나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결혼은 그 모순 사이에서 버티는 일이다. 매일의 다툼과 화해, 기대와 실망, 후회와 다짐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부부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결혼은 미친 짓이지만, 그 미침 속에서 인간은 가장 인간답게 살아간다. 오늘도 누군가는 결혼을 결심하고, 또 누군가는 이혼을 선택한다. 어떤 집은 웃음소리로 가득하고, 어떤 집은 침묵으로 얼어 있다. 그 모든 풍경이 결혼이라는 이름의 현실이다.

결혼은 축복일까, 속박일까. 아마 답은 없다. 그저 눈 한번 딱 감고 미쳐야만 알 수 있는 길일뿐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금, 결혼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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