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는 왜 cctv가 없을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by Helia

사건은 늘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수천 개의 눈이 거리를 지켜보고, 건물 모서리마다 붉은 불빛이 깜빡이는데도,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화면이 없다. 억울한 이들은 울부짖는다. “왜 거기에 CCTV가 없었냐고.” 그러나 대답은 늘 모호하다. 사각지대. 이름조차 우리를 답답하게 만든다.

도시는 점점 더 촘촘한 감시망 속에 놓여 있다. 지하철 출입구, 횡단보도, 상점 앞, 학교 복도. 우리는 어디서든 기록된다. 웃는 얼굴, 무심한 표정, 잠시 멈춘 발걸음까지 저장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가장 절실하게 증거가 필요할 때는 늘 화면이 비지 않는다. 카메라의 각도와 빛이 닿지 않는 바로 그 자리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을 삼켜버린다.

골목 끝.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주차장 모퉁이. 카메라가 고개를 돌리지 못한 바로 그 공간에서 폭력이 스친다. 집 앞 현관. 카메라가 도달하지 못한 계단 모서리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리는 늘 거기서 묻는다. 사각지대에는 왜 CCTV가 없을까.

사각은 단순히 기계의 결함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선택이다. 비용을 절약하려고, 관리가 번거로워서, 혹은 의도적으로 비워둬서. 하지만 진짜 이유는 더 깊다. 세상은 끝내 모든 것을 비출 수 없다는 사실. 기록의 한계, 기술의 한계, 그리고 인간 시선의 한계가 사각을 만든다.

그러나 가장 큰 사각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 우리는 서로를 오래 지켜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은 놓친다. 부모의 고단한 얼굴을 보고도, 그 속에 감춰진 피로를 읽지 못한다. 친구의 웃음 뒤에 숨은 눈물, 연인의 침묵 속에 깃든 두려움, 동료의 무심한 뒷모습에 담긴 체념. 카메라는 잡아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인생의 진짜 사각을 만든다.

사각지대에 CCTV가 없는 이유는 어쩌면 인간을 시험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모든 장면이 기록된다면 우리는 증언할 필요가 없다.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기억과 증언은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다. 사각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말을 들어야 하고,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혹한 순간은 늘 사각에 숨어든다. 뉴스를 보며 분노한다. “그 골목에만 카메라가 있었다면.” 그러나 현실은 늘 한 발 늦다. 사건은 기록을 비웃듯, 빈틈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니 사각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때로는 진실을 지워버리는 장막처럼 느껴진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내 삶의 모든 순간이 CCTV에 기록된다면 어떨까. 억울함은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나는 숨 쉴 틈조차 잃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감춰진 공간이 필요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우리는 울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선다. 사각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지막 은신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각을 축복이라 부를 순 없다. 누군가의 억울함이 묻히는 자리, 폭력이 은폐되는 공간은 차라리 눈부신 조명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외친다. 더 많은 카메라, 더 많은 기록을 요구한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록하고 싶은 것만 기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선택이 만드는 사각은 언제나 남는다.

도시는 오늘도 수많은 카메라로 반짝인다. 하지만 그 빛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중요한 건 기계의 눈이 아니라, 인간의 눈이다. 우리가 서로를 깊이 바라볼 때, 사각은 조금씩 줄어든다. 누군가의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순간까지 헤아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기록자가 된다.

결국, 사각지대에는 왜 CCTV가 없느냐는 질문은 기술을 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우리가 외면한 자리, 우리가 외면한 사람, 우리가 외면한 진실. 그 모든 것이 사각 속에 숨어 있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외면한 순간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리고 내 마음속에 작은 불빛이 깜빡인다. CCTV의 붉은 점처럼, 나를 향해 말한다. “사각을 메우는 건 카메라가 아니라, 결국 너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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