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잔향
추천 클래식
Frédéric Chopin – Nocturne No. 20 in C-sharp minor, Op. posth.
별 하나가 똑 떨어졌다.
유리잔 부딪히는 소리처럼, 너무 또렷해서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하늘이 숨을 죽이고, 바람이 고개를 숙였다.
그 작은 소리 하나가 밤을 갈라놓았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붙잡고 있었다.
별이 떨어지는 건 늘 갑작스럽다.
예고도, 이유도 없다.
그저 ‘지금’이라는 찰나에 모든 걸 쏟아붓듯 떨어진다.
어릴 적엔 별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라고 했다.
나는 늘 그 말을 믿었다.
별이 떨어지는 건 내 마음을 들어주는 신호라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별이 떨어지는 건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빛이 제 자리를 떠나는 일이라는 걸.
그날 밤, 나는 벤치 위에 앉아 있었다.
늦은 시간의 공기가 차가웠고,
손끝이 얼어붙어도 커피잔을 놓지 못했다.
무겁게 깔린 구름 사이로 별 하나가 길을 잃은 듯 흔들리더니,
‘똑’ 하고 떨어졌다.
그건 단순한 별이 아니었다.
내가 놓지 못한 시간, 내가 미처 끝내지 못한 말,
내 안에 남은 그리움이 하나의 빛으로 떨어지는 듯했다.
별이 사라진 자리엔 어둠이 남았지만,
그 어둠마저도 내 마음의 그림자 같았다.
별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으니 아름답다.
멀리 있으니 믿을 수 있고, 사라지니까 영원해진다.
그건 사랑과 닮았다.
가까워질수록 손끝에서 부서지고,
멀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
나는 오래도록 ‘별 같은 사람’을 사랑했다.
손에 쥐면 사라질까 봐,
불러보면 멀어질까 봐,
늘 바라보는 데까지만 머물렀다.
하지만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궤도를 벗어나고,
하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떨어진다.
그제야 나는 안다.
영원하다고 믿은 것들은 언젠가 떨어진다는 걸.
별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나를 돌아본다.
무엇이 내 안에서 먼저 무너졌는지,
어떤 말이 내 마음을 먼저 놓았는지.
별이 떨어진다는 건 단순한 자연의 일탈이 아니라,
내 마음이 한 겹씩 벗겨지는 일이다.
그 소리는 슬프지만, 완전한 끝은 아니다.
별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빛의 잔향이 있다.
그 빛은 오래도록 마음 안을 비춘다.
그게 미련일 수도, 추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잔향이 나를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이다.
별이 떨어지는 순간,
하늘은 잠시 비어 있지만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진다.
그건 어쩌면 누군가의 끝이 다른 이의 시작이 되는 일.
빛은 꺼지지 않는다. 다만 옮겨갈 뿐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별이 떨어지는 건 슬픔이 아니라 변화의 신호다.
무너진 자리에 새 하늘이 열리고,
그 하늘 아래 나는 또 다른 빛을 맞는다.
오늘 밤에도 별 하나가 똑 떨어졌다.
그 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렸다.
누군가의 이별일 수도, 누군가의 용서일 수도 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별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빛은 아직 내 마음 안에서 반짝인다.
이건 아마도,
사라진 모든 것들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별이 떨어진 자리엔 어둠이 남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나는 길을 잃지 않는다.
그 빛의 잔향이,
나를 다시 걷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