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입 안의 위로

by Helia

살찔까 걱정하면서도 결국은 먹는다.
그건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오늘을 버텨낸 나 자신에게 주는 상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맛있게 먹으면 정말 0칼로리라고.

이 문장은 오래된 주문처럼 나를 위로했다.
“괜찮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잖아.”
그 한마디가 필요한 날엔 늘 음식이 곁에 있었다.
따뜻한 국물 한입, 바삭한 튀김 한 조각.
그건 단순히 입맛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생존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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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해서 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음식이 연료가 아니라 위로다.
라면 한 젓가락이 세상의 짠맛을 잊게 하고,
치즈가 늘어나는 피자 한 조각이 잠시 모든 고민을 덮는다.
입안에 남는 건 열량이 아니라, 안도의 온기다.

비 오는 날의 떡볶이,
퇴근길의 붕어빵,
새벽 편의점의 삼각김밥.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잠시 나를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다 먹고 나서 약간의 죄책감이 밀려와도,
그건 괜찮았다.
맛있게 먹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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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음식은 나의 기억과 붙어 있었다.
엄마가 해준 미역국의 짠내,
할머니 손맛이 스민 김치전의 바삭함,
겨울밤 언 손을 녹이던 군고구마의 단내.
그건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냄새였다.

한입 베어 물면 그때의 공기가 되살아난다.
아빠가 TV를 보며 웃던 얼굴,
친구와 웃던 교실의 소리,
첫사랑이 건넨 초콜릿의 온기까지.
그 기억들은 모두 혀끝에 남는다.
그러니 그걸 어떻게 칼로리로 재겠는가.
기억의 맛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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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먹는 건 참아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먹는 건 참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하루 종일 애써 견딘 마음이
밥 한 숟가락 앞에서 풀어지는 순간,
그건 패배가 아니라 생존이다.

라면을 끓이며 울었던 적이 있다.
김이 서린 창문에 내 얼굴이 흐릿하게 비쳤다.
면이 익는 동안 눈물이 떨어져 국물에 섞였다.
그 국물 한입을 삼키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맛있게 먹으면 진짜 0칼로리야.
오늘 하루를 버텼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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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살리는 일’이다.
밥을 나눈다는 건 마음을 나누는 일이고,
함께 먹는다는 건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식탁 위에서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 안엔 늘 따뜻함이 있다.

혼자 먹는 밥도 괜찮다.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먹는 건 감정이 아니라 습관이에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젓는다.
먹는 건 습관이기 전에 감정이다.
사람은 외로울 때 먹고, 그리울 때 먹고,
사랑받고 싶을 때도 먹는다.
음식은 감정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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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열 때,
나는 단순히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다.
내 안의 공허를 달래고,
오늘의 외로움을 삼킨다.
하루의 끝, 반쯤 남은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괜찮아. 맛있게 먹었잖아.”

그 한마디가 세상의 모든 위로보다 따뜻하다.
그 순간만큼은 숫자도, 체중계도, 후회도 사라진다.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이
오늘을 견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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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맛있게 먹는다고 정말 0칼로리가 되는 건 아니다.
몸은 정직하니까.
하지만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그게 이 말의 진짜 의미다.
살은 조금 찔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편하다면
그건 충분히 값진 칼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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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식탁 앞에 앉는다.
숫자 대신 맛으로,
체중 대신 위로로 하루를 채운다.
누군가가 묻는다.
“그렇게 먹으면 살쪄.”
나는 웃는다.
“그래도 행복은 살 안 쪄요.”

먹는다는 건 죄가 아니라 감사다.
입 안에 들어오는 모든 맛은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감각이다.
그건 생존의 언어이자, 사랑의 형식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천천히 씹으며,
세상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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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그건 허무한 위로가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사람의 철학이다.
우리가 삼키는 건 단지 음식이 아니라
피로와 외로움, 그리고 다시 살아갈 용기다.

당신도 그런 날 있나요?
살찔까 걱정하면서도, 결국은 먹게 되는 밤.
그 순간만큼은 그냥 자신에게 말해요.
“괜찮아. 맛있게 먹었으니까, 그걸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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