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것도 일이다.

멈춤의 불안

by Helia

몸이 안 좋아 밥 먹고 약 먹고 내리 잠만 잤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니 한결 몸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더 피곤했다.
몸은 쉬었는데 마음은 쉬지 못했다.
눈을 감아도 생각은 깨어 있었다.

쉬겠다고 공지까지 올렸는데,
휴식은 좀처럼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몸이 회복이 우선이다.”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실제로 쉬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렵다.

첫 이틀은 괜찮았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핸드폰은 멀리 두었고, 알림도 꺼뒀다.
그런데 삼일째가 되자 손끝이 근질거렸다.
“지금쯤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없을까?”
그 생각 하나가 파문처럼 번졌다.
결국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브런치 통계창.
화면 속 그래프는 조용히 기울어 있었다.
조회수는 어제보다 줄었고,
노출 횟수도 절반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 하락선이 내 기분을 대신 그려주는 듯했다.
몸이 나아질수록 마음은 더 아팠다.

나는 알았다.
쉬는 게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속도를 견디는 일이라는 걸.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데
나만 멈춰 서 있으면 뒤처진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말한다.
“휴식은 용기야.”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용기가 이렇게 불안할 줄은 몰랐다.
일하지 않으면 무가치해지는 세상에서
‘쉬는 나’를 용납하기란 쉽지 않다.

쉬면서도 나는 계속 일했다.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다음 글의 제목, 문장의 리듬, 댓글 반응.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
머릿속에서는 이미 원고가 완성되고 있었다.
나는 글을 쉬는 게 아니라
‘보여주지 않는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몸이 회복돼도 마음은 불안했다.
조회수 그래프를 보지 않으려 해도
눈앞에 그 선이 어른거렸다.
‘내 존재가 저 숫자에 달려 있는 건 아닐까?’
그 생각에 스스로가 작아졌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냥 좀 쉬어. 생각 말고.”
하지만 생각은 의지로 꺼지지 않는다.
멈추는 순간에도 마음은 일한다.
불안은 침묵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

나는 깨달았다.
쉬는 것도, 버티는 것도 결국 일이다.
단지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엔 타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었다.

며칠이 더 흘렀다.
문득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커튼을 흔들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햇살은 조용히 바닥에 흘렀다.
나는 그 빛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그래프는 내려가도, 세상은 그대로구나.”

그제야 조금 마음이 풀렸다.
내가 멈춘 사이에도 세상은 여전히 잘 흘러가고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휴식은 게으름이 아니다.
그건 회복의 기술이다.
기계도 쉬지 않으면 망가지듯,
사람도 멈추지 않으면 부서진다.
그러니 쉬는 건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훈련이다.

그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자꾸 불안해했다.
누군가의 새 글이 발행될 때마다
나만 정지된 듯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르다.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순 없지만
그 불안과 함께 머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쉬는 동안 나는 나를 자주 바라봤다.
왜 이렇게 조급했을까,
왜 그렇게 숫자에 흔들렸을까.
결국은 ‘사라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누군가의 피드 안에서라도 존재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나를 달리게 했고,
때로는 지치게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조회수는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글이 사라져도,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누군가 읽지 않아도, 내 안엔 여전히 문장이 있다.
그 문장이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의쉬는 것도 일이다.
그건 자기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일이다.
멈춤은 후퇴가 아니라 정비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지만,
나는 내 속도로 가기로 했다.

당신은 쉬는 게 편한가요?
아니면 나처럼, 쉬는 게 더 어려운 사람인가요?
괜찮아요.
우리 아직 배우는 중이잖아요.
멈추는 법을,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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