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낭염, 내 안의 작은 전쟁

피부 아래의 마음

by Helia

거울 앞에서 낯선 점 하나를 본 적 있나요?
하룻밤 사이, 내 얼굴 위에 전쟁이 피어났다.
따갑고 붉게 부풀어 오른 그 자리엔
숨죽인 마음이 오래도록 쌓여 있었다.

피부는 참 정직하다.
내가 견디지 못한 것들을
묵묵히 표면으로 밀어 올린다.
감정이 분출하듯, 세포가 저항하듯,
모낭 속 작은 집 안에서 세상이 들끓는다.

손끝이 닿을 때마다 불이 난다.
열감이 돌고, 진물이 맺히고,
나는 그 고통의 지도 위를 더듬는다.
이건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다.
몸이 내게 보낸 첫 번째 편지,
“그만 좀 버텨라”라는 문장으로 적힌.

찬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뜨거운 부위를 식히며 생각했다.
이건 염증이 아니라 신호였다.
내 안에서 무언가 오래 끓어오르고 있었다.
멍든 마음, 잠 못 든 밤, 말하지 못한 억울함,
그 모든 것이 모낭 하나에 응축되어 있었다.

나는 매일 연고를 바른다.
희망처럼 얇게 펴 바르며
오늘은 조금 덜 붉기를, 내일은 덜 아프기를 바란다.
하지만 거울 속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선다.
피부는 조금씩 낫지만, 마음의 염증은
아직도 깊은 곳에서 천천히 아문다.

붉은 흔적이 희미해질 때쯤
나는 깨닫는다.
상처가 남았다는 건,
한때 내가 싸웠다는 증거라는 걸.
그 자국이 지워질수록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피부는 결국 나를 닮아간다.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고, 그러나 잘 아문다.
진물 아래에서 새살이 돋듯
나 또한 아픔 아래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오늘도 거울 앞에서 속삭인다.
“괜찮아, 오늘도 잘 싸웠으니까.”
붉은 점 하나조차 나의 일부로 끌어안으며,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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