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장|지구가 네모지다

각진 세상 속 둥근 마음

by H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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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vind Alnæs – Symphony No. 2 in D Major, Op. 43: II. Andante – “Like the Distant Light That Fades Beyond the Sea”


요즘 세상을 보면, 지구가 네모라는 말이 더 믿기지 않나요?
하루 종일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보며 일하고, 네모난 방에서 쉬고, 네모난 도시 속을 걷는다. 둥글다고 배운 세상은 어느새 각진 빛과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지구가 둥글다는 말보다 네모라는 말이 더 현실 같다고 느낀다.

네모난 세상은 반듯하다. 규칙적이고 정확하며,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마음은 점점 닳아간다. 둥근 감정은 구석에 걸려 흠집이 나고, 부드러운 말은 각진 현실에 부딪혀 깨져버린다. 사람들은 각을 세운 채 살아간다. 친절은 계산이 되고, 배려는 손해로 여겨진다. 둥근 마음은 이 세상에서 너무 쉽게 다친다.

나는 가끔 창문을 본다. 네모난 틀 안으로 세상이 들어온다. 화면도, 거울도, 손 안의 스마트폰도 다 네모다. 우리는 매일 수십 개의 네모를 마주하며 산다. 거기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상처받는다. 그리고 결국엔 네모난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친다. 이토록 많은 네모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점점 각져간다.

어릴 땐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게 좋았다. 둥글면 언젠가 다시 만나니까. 멀어져도 한 바퀴 돌아 다시 닿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그 믿음은 희미해졌다. 돌아오지 않는 인연이 있고, 다시는 이어지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구가 네모라서 다행이라고. 서로의 모서리에 기대어 있을 수 있으니까. 완벽히 맞닿지 않아도, 그저 가까이에 존재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말한다. 둥글게 살아야 한다고, 모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너무 둥글게 살면, 이 네모난 세상에서 흘러내리고 만다. 모서리 하나쯤은 세워야 버틸 수 있다. 다만 그 각이 너무 날카로워 남을 찌르지 않게, 조금만 둥글게 다듬으면 된다. 그렇게 균형을 잡는 게 요즘 시대의 ‘둥글게 사는 법’ 아닐까.

지구가 진짜 네모라면, 네 귀퉁이에 작은 등불이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 모서리마다 누군가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다친 마음이 그곳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면. 완벽히 맞지 않아도 괜찮은 세상, 네모 속에서도 둥근 마음이 살아 있는 세상 말이다.

창가로 저녁 햇살이 들어온다. 네모난 창틀 안으로 스며든 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채운다. 그 빛 속에서 나는 문득 웃는다. 세상이 아무리 각져도, 그 안에는 여전히 둥근 빛이 숨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지구가 네모라도 괜찮다.
그 안에서 둥근 마음 하나 품고 살아간다면, 여전히 따뜻한 세상일 테니까.
오늘도 나는 네모난 창문을 열고, 둥근달을 바라본다.
각진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부드럽게 빛나는 그것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지구가 네모라도, 마음은 둥글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