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아래의 숨은 계절
물아래에서 흔들리던 금빛은 다시 한번 피어오르듯 반짝였다. 아기 두꺼비는 그 빛을 바라보며 숨을 삼켰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봄의 표면 아래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또 다른 계절의 조각 같았다. 작은 두꺼비도 그 빛을 본 듯 몸을 살짝 떨었다. 두 생명의 그림자가 물 위에서 흔들렸고, 흔들린 만큼 둘 사이의 거리도 조금 더 가까워졌다. 두꺼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심장은 쿵 하고 한 번 크게 뛰었고, 그 울림이 발끝까지 전해졌다. 봄은 그들을 부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온기가 섞여 있었다.
물가로 조금 더 다가가자 물결 아래서 아주 작은 ‘움직임’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물풀의 흔들림도, 지나가는 물고기의 그림자도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두꺼비의 발끝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기척이었다. 두꺼비는 순간 움찔했지만, 옆의 작은 두꺼비가 아주 천천히 발을 내밀며 물 표면을 살짝 건드렸다. 둘의 파문은 겹쳐져 더 큰 원을 만들었고, 그 원은 금빛 주변을 감싸듯 번져나갔다.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공기가 두꺼비의 등껍질에 가만히 내려앉았다. ‘겨울이었으면 도망쳤을 거야.’ 두꺼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도망칠 이유보다 남아서 바라볼 이유를 더 크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물아래에서 갑자기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주 얇고 빠른 그림자였다. 두꺼비의 심장이 크게 흔들렸고 작은 두꺼비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두꺼비는 한 발을 내디뎠다. “괜찮아.” 목소리는 없었지만 그의 눈에는 분명히 그 말을 담고 있었다. 작은 두꺼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꺼비의 발끝을 따라 다시 앞으로 나왔다. 두 생명은 물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금빛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크게, 더 또렷하게. 마치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하는 것처럼.
물결은 조용했지만 긴장감은 숨을 바싹 죄었다. 두꺼비는 다시 깨달았다. 살아간다는 건 두려움을 없애는 게 아니라, 두려움이 있는 곳까지 가보는 것이라는 걸. 봄은 그들에게 따뜻함을 줬지만,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너희는 무엇을 볼 준비가 되어 있니?’ 두꺼비는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물속의 금빛 주위가 조금씩 뿌옇게 퍼지며 형태를 만들어내는 듯 보였다. 무엇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작은 두꺼비는 긴장으로 몸을 굳힌 채 두꺼비의 곁으로 바짝 붙었다. 두꺼비는 그 미세한 떨림을 느끼고는 아주 작은 고개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우리가 함께 보고 가면 돼.’
바람이 지나가며 물결 위에 가늘고 긴 흔적을 남겼다. 순간, 금빛은 물속 깊이로 빨려 들어가듯 내려갔다. 두꺼비는 숨을 멈추었다. 작은 두꺼비도 얼어붙은 듯 물속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천천히, 정말 천천히 어둠이 부풀어 올랐다. 금빛 주위가 물안개처럼 흩어지며 진한 그림자를 감싸고 있었고, 그 그림자는 두 생명을 향해 아주 느리게 고개를 드는 듯했다.
두꺼비의 심장은 이제 두려움만으로 뛴 것이 아니었다. 어떤 예감, 설명할 수 없는 기대, 그리고 다가오는 운명의 발자국 같은 느낌이 함께 섞여 있었다. 물가의 공기는 점점 더 무거워졌고, 새로운 질문이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했다. 두꺼비는 무의식적으로 작은 두꺼비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순간, 물아래의 그림자가 또렷해지며 그 형태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금빛은 누구의 신호였을까?
봄은 왜 이 장면을 두 생명에게 보여주고 있는 걸까?
그리고 바로 그때, 물아래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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