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생각한다. 일 년을 스물여덟 번, 스물여덟 해의 시간을 꼬박 이 땅에서 보내고도 여전히 낯선 이 곳에서,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매일 생각한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말하지 못하는지, 어째서 이해받지 못하는지, 어쩌면 사람들 사이에서 단 한 번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지, 자꾸 생각한다. 자꾸 나를 촘촘히 훑어보게 된다. 나를 탓한다. 끝내, 내가 이상한 사람이다.
이상하지 않고 평범하려면, 평범하게 지내야 한다고 했다. 평범하게 지낸다는 것은 무리 속에 티 나지 않게 묻힐 수 있다는 것인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군데쯤은 개성이 있기 마련이어서, 평범한 만큼만 평범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는 평범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부분이 드러날 때는, 일부러 숨긴 채 평범한 척까지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벽히 평범해지는 것 같았다.
따지자면, 이상한 나는, 내가 살아가는 곳의 사람들과는 다른 부분이 참 많다. 그들처럼 착하지도 않은 데다가, 내 마음을 숨기지도 못해서, 마음을 거스르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 곳의 평범한 사람들은 부드럽고 유연하게 껄끄러운 상황을 넘기는 반면, 나는 굳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 넘어가는 쪽을 택한다. 심지어 그만큼도 감정이 가라앉지 않을 때는, 그냥 모든 시선을 거두어버렸다.
그래서였다. 이유 없이 못되게 구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대꾸조차 않고 가차 없이 무시해버렸던 것은. 기분이 상할지라도, 보통의 사람이라면, 매끄럽게 대처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갔을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까지 받아줄 만큼 착하지 않아서였고,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은 나에게 솔직하고 싶어서였다. 다른 사람하고든 나하고든 거짓이 없는 관계를 맺고 싶어서였다. 그런 사람들과 똑같이, 무례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하거나, 공연히 욕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매몰차고, 차갑고, 칼 같아서,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다는 말을 때때로 듣는 것쯤은 괜찮았다. 아무래도 좋으니, 적어도 나에게 정직하다는 그 한 줄을 지키고 싶었다. 내게 못되게 구는 사람들은 포기해도, 할 수 있는 한은 정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살면서, 특이한 사람이라고 해도, 티 나게 이상한 사람이 되어도 괜찮았다. 내가 나로 살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이상해 보여도 괜찮았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대개인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나는 보통이 아닌 거라고, 사람들이 늘 말했다.
요즘은, 나 혼자만 지키는 이딴 정직함 따위가 대체 무슨 소용인지 싶다. 너무 그만두고 싶다. 내가 자꾸 이상한 사람이 되는데, 나조차 이상한 내 탓을 하며 미워하게 되는데,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 빌어먹을 곳에서는 나로서 사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말한대도 괜찮다는 것은, 하찮은 오만이었나 싶다.
나를 사랑하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나와의 관계를 선택했는데, 결국은 다른 사람도, 나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곳에서 사는데, 나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아파서, 평범하지 못하게 이상한 나를 탓한다. 내가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내가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라 해도, 후회하지 않는 것 때문이다. 이러니, 정말 내가 이상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