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플레임 영적소설 2
그후로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수지는 여전히 우빈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의 삶이 점점 피폐해진다는걸 알면서도 , 기도모임에서 우빈과 마주칠때면 그의 말과 행동, 눈빛 하나하나에 자꾸만 신경을 쓰고, 그의 성격, 감정, 잠재된 무의식까지 모든 것을 분석하고 파악하고 싶었다. 수지는 이런 마음이 순수한 영혼의 사랑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어릴적부터 가졌던 우울함, 외로움의 감정이 우빈에게 한꺼번에 투사된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그를 마음속으로 너무 이상화하여, 완벽한 사람으로 그려냈기 때문인지 헛갈렸다.
한편으론 이렇게 우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신이 점점 싫었다. 한사람에게 스토커처럼 집착하며 미친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단념하려 노력해도 우빈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이끌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가 만약 쌍둥이 영혼을 가진 트윈플레임이라면 이건 분명히 나 혼자만의 강렬한 끌림은 아닐거야. 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그가 내 눈을 피한 건, 자신의 속마음을 들킬까봐 그랬을지도 몰라. 그럼, 혹시 그도 나한테 강하게 끌리고 있는걸까?
어쩌면 우빈도 수지와 같은 마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빈은 하느님의 길을 평생 따르기로 약속한 수도자라는 사실은 변함없었다. 그녀의 혼란스러운 감정때문에 그의 거룩한 소명까지 흔들 순 없었다. 분명히 그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닐 것이다.
수지는 당분간 기도모임을 나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혼란스럽고 괴로운 마음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홀로 묵상하며 하느님께 기도하기로 했다. 평생 순례자의 삶을 살아갈,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헌신한 우빈에게 그녀가 자꾸만 집착하고 강렬하게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하느님께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거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는 매일밤 기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도를 할수록 마음 깊숙이 우빈을 사랑하는 감정과 함께 깊은 상실감,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왔다. 그녀가 오랜시간 잊고 싶었던, 잊어야 했던 지난날의 상처들이 갑자기 무의식중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매일밤 수지는 자신의 상처를 눈물로 정화하듯 참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에 흐느꼈다. 그를 갈망하고 집착하는 자신의 혼탁한 마음이 자신의 옛 상처까지 떠올렸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밤. 그녀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벽3시경, 심장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글대는 뜨거운 에너지가 심장에서부터 손끝, 발끝, 머리끝까지 왔다갔다 살아있는듯 움직였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장이 활짝 열린듯, 시원한 청량감이 느껴지면서 그녀가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완전한 기쁨, 감사, 평화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 마치 그녀의 영혼을 가득 채우듯 이제껏 한번도 느껴본 적 없던 온전한 행복이었다.
그리고 잠시후, 텔레파시를 보내듯 수도자 우빈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수지씨 지금 어디세요? 오늘은 기도하러 오세요?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